시조문학진흥회
HOME    공지사항    이야기마당    음악감상실    회원리스트    최신글보기    일정관리    운영진코너  

 

 


20
214
3,539
2,233,472

 

제작자 사이트가 뜹니다

 

 
작성일 : 11-07-06 14:31
나의 별장(別莊) (2)
 글쓴이 : ilman
조회 : 2,719  
나의 별장(別莊)  (2)
귀가 길의 수도권 전철 3호선은 그 종점이 구파발과 대화역 2 곳으로 나뉜다.
시내서 일산은 1시간 이상 먼 거리라서 가급적 앉아 가고 싶어서 구파발행은 보내고 다음에 오는 대화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는 주저 없이 구파발행을 고집한다. 다음 차를 거기서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차를 타고 가는 편이 더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화행 전철이라도 앉아 간다는 보장도 없는데다가 구파발행은 앉아 갈 확률이 그보다는 더 높기때문이다.
대신 나는 가급적 구파발 그 전 역이나 그 전전 역 에서 내린다. 앉아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거기서 젊고 고운 목소리의 80세 가까운 얼굴을 한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저는 주엽역 가는데 앉아 가려고 구파발 전에 내렸어요.”
“저와 같은 생각이네요. 저는 대화역까지 가요. 녹번동이 집인데 오늘처럼 무더운 날은 시원한 전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 제 일과입니다.”
집 가까운 주엽역에서 하차하려다 보니 그 노인이 앉아 있다.
“저와 같이 내리시지 않으실래요? 함께 약주를 한 잔 하시거나,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적당한 장소가 있는데요.”
노인은 주저 하지 않고 나를 따라 내렸다.
이런 경우 따라 나서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다. 아주 가난한 사람이거나 자기도 한 잔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서민이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을 만나 이럼 수작 부렸다가는 나는 영락없는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럴 때마다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그래 난 미친놈이다. ’미친놈(狂人)‘이 아니라 미친놈(美親者)란 말이다.’
“저는 소띠로 일만(一萬)이라 합니다. 술을 하두 좋아해서 만원어치만 마시자 해서 지은 아호(雅號)입니다. 술로부터 몸과 지갑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그럼 제 형이 되시겠네요. 저는 범띠로 74세인 최 복일(崔福壹)이라 합니다. 수성 최가예요.”
우리는 노점상에게서 술안주와 요기를 겸하여 먹음직한 순대와 머리고기를 3,000원 어치 사 들고 나의 아파트를 향하였다.
“ 저 주공 아파트 있지요? 저기에 정년(停年)하고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사놓았어요. 거기서 나오는 월세로 저의 노후의 용돈에 보태 쓰려고요. 그러다가 된통 임자를 만났어요. 6년이나 월세를 밀려 가며 나를 고생시키는 사람을요. 작년에는 10개월이나 월세를 밀리고 나가지 않고 버티는 임자를 보증금이 소진 되기 전에 서들러 명도소송을 하여 3번의 재판 끝에 8개월만에 그분들을 쫓아 내고 간신히 되찾은 집에요.
 월세 받기에 너무 지쳐서 월세 놓기를 포기하고 팔려고 내 놓았어요. 요즈음은 불경기라서 당분간은 ‘나의 별장’처럼 쓰고 있지요.”
나를 따라 오는 최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쩔뚝거리는 발길이 몹시 느렸다.
“몇 년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기사가 20만원을 주면서 합의 하자고 해서 돈 욕심에 얼뜬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더니 그 후유증으로 1,000만원이나 들여 병원 신세를 지고도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그보다 더 억울한 건요 그까짓 돈에 합의서를 써 주었다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지금까지 병신 취급과 구박당하는 거예요. 진짜 병신 된 사람을 보고.“
“그건 주위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교통사고에서 후유증이 있으면 합의와 관계없이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 법을 가족들도 몰랐으니까요.”  
“집이 소형(小型)이라 좁습니다.”
 “ 아닙니다. 우리 집보다는 천국인데요. 탁 터진 전망이나 맞바람 쳐서 시원한 것을 보니-.  
우리 집은 3,400만원에 전세를 든 반지하집에요. 그래도 제 처지에서는 살 만한 집인데 내년에 만기가 되면 집 주인이 전세값을 올려 달라고 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월세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그 돈은 세검정 S 아파트 경비로 있을 때 저축한 돈이지요. 그때 월 수입이 60만이었던 것 같아요.”
“ 부인께서 알뜰 주부셨나 보군요. 용돈은 자식한테 타 쓰시겠네요?”
“자식들도 부모 도와줄 여유가 없어요. 1남 3녀 중에 제 집 지니고 사는 자식이 강남에서 사는 막내딸뿐인 걸요. 사위가 재벌 S회사에 다니는 덕분이죠.
제 용돈은요 나라에서 가난한 노인에게 매달 주는 7만원(91,000원)이 전부에요. 아내도 마찬 가지구요.”
“저는 이발하는데만 1만 2천원이나 들던데-.”
“ 교회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머리를 무료로 깎아 주는 곳이 있어요. 일산 킨택스에 갔더니 그날은 밥도 주고, 안마도 해주고, 구두도 닦아 주니까 거기서 만난 어느 노인이 말하더군요. ‘전철도 공짜, 점심도 공짜, 우리 노인들에게 무슨 돈이 더 필요하겠는가?’ ”
"오늘 점심은 어디서 하셨어요."
 “오늘은요.  안국역 근처 절(조계사)에서 운영하는 복지회관에서 했어요. 거기서는 대여섯 개 조로 나누어 점심을 주는데 1개조에 200명예요. 점심 내용도 실하구요.
이 외에도 서울에는 무료급식소가 많아요. 청량리 다리 밑(?)도 있구요, 동국대학 근처(장충공원)에 갔더니 갈비탕도 주던데요.”
마침 집에 친구 대접하고 남은 3년 담근 더덕주가 있어 드렸더니 홀짝 홀짝 잘도 마신다. 술을 못 마신다 하더니 마시는 것을 보니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보다 술 마실 용돈이 부족하여 못 드신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 중에 술보다 비싼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난다.
 “핸드 폰 있으세요?”
 “ 없어요. 있었는데 교통사고 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환자복 주머니에 넣은 것을 그냥 빨래 통에 넣었다가 못 찾고 말았어요. 다시 또 구하자니 요금도 많이 들어서-.  제 처는 핸드폰이 있어요. ”
 “부인이 걱정하실 텐데 전화하실레요?”
내 전화를 건네 주려하였더니 최노인은 지갑에 고이 간직한 메모지를 꺼내 준다. 치매 같지 않은데 아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송 XX 여사’라는 메모지는 예쁜 여자 글씨체다. 세 딸 중에 한 분이 써 준 모양이다. 그의 아내도 우리 아내와 같은 뱀띠로 작년에 고희를 지낸 71세라 한다.
“ 지금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슨 일까요?”
“어머니는 제가 14살 때, 아버지는 18살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말았어요.
고향인 포천군 이동면에서 나고 자랐는데 거기서 결혼하고 살다 보니 ‘ 이 시골에서 계속 살다가는 자식 공부 하나 제대로 못시키겠구나!’ 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 왔지요.  못배운 것이 무엇보다 한이었거든요.
조실부모하고 먹고살아 가기가 힘들다 보니 조상에 대하여 잘 몰라요. 시조 할아버지 이름(휘)이 무언지, 우리 자식이 그 몇 대 손인지 몰라요. 죽기 전에 그걸 알아 자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
“제가 알아서 가능한 빨리 연락드릴께요.”
그분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름을 적다 보니 함께 라면 끓여 먹자던 약속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 나의 별장에는 나 혼자 끓여 먹을 코펠과 버너뿐 함께 할 그릇이 부족하였다.
“이 건 제가 끓여 먹으려고 사놓은 고급 나면이니 하나 가져가서 맛보실레요?”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 주니 한 마디 한다.
“기왕 주려거든 2개를 주지 그랬어요. 그분 아내와 오순도순 함께 먹게.”
 
  최 노인은 세 번째로 나의 별장에 초대받은 손님이다.
첫 번째는 ‘호수공원 세계꽃전시회’에 촬영차 온 ‘KCC창작가협회’ 친구들이었고, 두번째는 백운대를 3,600번 오른 술친구인 산악인 하정우님에 이어 다음으로.

최길하 11-07-06 17:24
 
잔잔한 물결 같고 바람결 같은...
가끔 이렇게 새로운 사연을 만들어 가는 인생의 노을이 아름답습니다
옥경국 11-07-07 07:41
 
C'est la vie. 人生(사람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This is the other side of the city.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다른 편의 이야기.

일만의 성(城)에 네번째 손님이 기대됩니다!!!
오병두 11-07-12 00:05
 
아름다운 장 감사드립니다.
진규영 12-05-01 11:42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다사로운 길동무를 만난듯 합니다.
언제 손 한 번 잡아 봅시다.
 
 

Total 5,081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한국시조문학 봄호 표지 운영자 03-19 4719
공지 21. 겨울호 표지 운영자 02-04 4519
공지 한국시조문학 표지 여름호와 가을호 운영자 10-17 4446
5001 경주 엑스포에 가다 (2) 慈軒 이정자 09-07 3240
5000 대구역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및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 기념… (4) 최원익 08-26 5356
4999 서라벌신문- 시조작가 초대전 기사 (1) 청록 08-20 3223
4998 낙동강승전기념관 (대구앞산공원 내) (1) 慈軒 이정자 08-15 6425
4997 시원한 박 터널에서 ... (2) 慈軒 이정자 08-06 3619
4996 초대합니다 (2) (사)시진회 07-31 4437
4995 ilman의 카메라 사랑 (1) ilman 07-30 2158
4994 천년 고도 경주에 다녀오다 (2) 慈軒 이정자 07-24 3104
4993 시진회 경사 알림 (3) (사)시진회 07-07 5200
4992 나의 별장(別莊) (2) (4) ilman 07-06 2720
4991 나의 별장(別莊) (9) ilman 07-03 2382
4990 고려말 경한 스님 법시입니다. (1) 정정조 06-30 5969
4989 최치원 시인의 시 한 편을 내 마음과 비교하다 (1) 정정조 06-19 3629
4988 야구(野球)와 인생 (2) ilman 06-18 2145
4987 "BE SMART" (3) 옥경국 06-18 2602
4986 가객 문현 박사가 어머니께 바친 장한 어머니상 모습들 (2) ilman 06-02 4378
4985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2) 심응문 05-20 3649
4984 (축) 가객 문현 박사 예술가 장한 (하)어머니 수상 이모저모 (3) ilman 05-17 4002
4983 전 사무국장 문현 댁 경사 (2) ilman 05-14 4241
4982 [부음] 심응문 고문 모친상 (6) (사)시진회 05-14 282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