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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10 10:08
자전거 여행
 글쓴이 : ilman
조회 : 1,966  
 
자전거 여행

내 집에는 차(車)가 5 대가 있다.
자동차 1대, 자전차 4대다. 자전거 1대는 아내용이고, 나머지 3대가 내 자전거다.
3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이 12년 전 정년퇴직 기념으로 산 대만제 빨간 소형 접이식자전거다.
은퇴하고 자동차에 싣고 지방의 곳곳을 다니며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어서 내가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러나 10 여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그동안 자전거를 싣고 다닌 적도 그 자전거를 접어 본 것도 서너 번뿐인 것 같다.
그런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당시의 접이식자전거는 접는 방법이 복잡하고 거기에 걸리는 시간도 4~5 분이나 걸리는 불편 때문이었다.
그래서 접이식자전거는 나들이용으로 지금까지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오가는데 주로 사용하여 왔을 뿐이다.
그러다가 여유가 생겼을 때 큰맘 먹고 MTB(山岳自轉車)를 한 대 더 샀다.
MTB란 산악이나 험한 길에 탈 수 있게 만든 자전거지만, 나의 목적은 여행이어서 짐받이와 세워 놓을 수 있는 지지대를 따로 설치해야 했다.
거기에 헬멧, 속도계, 고급 자물쇠, 자전거 부착여행용가방 등등  이를 구입하다 보니 일반고급자전거 한 대 값 이상이나 들었다. 이놈을 타고 시내는 물론 원거리 여행을 꿈꾸어 왔기 때문에 용돈이 생길 때마다 아낌없이 그 부속품에 즐겁게 투자를 해 왔다
명품(名品)은 고가이지만 이름 값을 하는 편이어서 애지중지하게 되는 법이다. .

  옛날의 자전거 여행은 집에서 출발하여 내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차나 전철을 이용하여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듯이,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 트렁크에 자전거를 싣고 목적지인 지방 도시에서 내려 자전거로 낯선 곳이나 추억의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버스터미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목적지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보고 싶은 지방 도시의 곳곳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수도권 버스 같이 지방의 시외버스나 군내버스 등도 자전거를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여행경비를 아끼느라고 여행지에서 찜질방 신세를 져야 하는 은퇴자의 신세에 고가의 MTB를 길거리에 묶어놓고 어떻게 편히 잠 들 수 있겠는가. 자전거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면 그 여행은 여행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는 그런 고민을 해결하여 줄 접이식 자전거를 하나 더 샀다.
버스나 기차나 전철은 물론 실내까지도 휴대가 가능하고 접는데 5초 이내인 접이식 자전거로 세계적인 명품 ‘STRIDA(대만산)’이었다.
집에 자전거를 3대씩이나 두고 또 사는 것이어서 이 놈은 30kg 이상의 고물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내에게 선물로 주기로 하였다. 원거리 지방여행에서는 나에게 양보한다는 조건으로.
그러나 아내는 그 나이에, 자전거 마니아도 아닌 사람이 집에 4대의 자전거를 꼭 사야만 하느냐며 펄쩍 펄쩍 뛰며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자금이 나의 마음을 헤아려 준 갸륵한 여동생의 큰 도움에다가 그동안 나의 저축을 약간 보탠 것이니 아내도 어쩌랴. 
  
  나는 정년 후 나의 노년을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작가로 살고 있다.
그런 기행문에서는 자료가 생명인 것이다.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서도 여행지의 곳곳을 누벼야 하는 사람이 여행작가다. 그런데 은퇴한 소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차를 몰고 지방의 곳곳을 생각대로 누비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허나 이 접이식자전거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여 줄 것이다.
  지금 내 서재 한 귀퉁이에는 그 소중한 접이식 자전거가 나와 함께 떠날 모든 준비를 갖추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눈을 감으면 설레는 마음속에 보이는 것이 많다.
항상 멀었던 절 입구에서 일주문까지나, 아니면 먼 낯 선 도시나 시골 길에서 명승지를 찾아 경쾌하게 라이딩하며 달려가는 내 모습이다.
그렇게 가보고 싶은 낯선 섬들을 찾아 바닷바람을 가르며 바닷가를 달려가는 내가 보인다.
그보다 작년에 충북 옥천(沃川)으로 이장(移葬)한 우리 조부모, 부모님 묘소를 찾아가는 행복한 나의 모습도 보인다.
오는 봄부터 이 접이식 자전거는 내 작품에 날개를 달아  여행기의 황홀한 자료를 더해 줄 것이다.

慈軒 이정자 12-02-10 23:28
 
봄이 오면 아름다운 꿈 활짝 펼치며 은발 머리를 날리실 일만 선생님을 상상해 봅니다.

자전거 여행과 함께 좋은 작품도 남기셔서 [한국시조문학] 2호에  '시조가 있는 기행수필'을 실어시기 바랍니다.
오병두 12-02-14 22:25
 
창밖의 날씨도 이제 제법 포근해져 가고 있습니다. 항상 청안하심속에 강령하시길 바랍니다.
정정조 12-02-15 16:47
 
작년에 춘천 북한강 상류(이곳에선 북한강 고슴도치섬 신매대교)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통되었습니다. 강을 끼고 달려 호수로 통하는 자전거도로가 천하일품입니다. 봄날 느긋한 마음으로 이륜과 함께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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