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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3-08 06:56
 조회 : 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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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담는 詩作은 늘 새로운 모험"
詩전집 펴낸 홍신선·시인 노향림 부부
남편 - "관습대로 쓰면 풀빵 찍기…좋은 서정시 더 짓고싶어"
아내 - "남편의 詩는 홍신선 자체…철저히 체험한 것만 담아"
‘가슴이 따뜻한 남자’ 홍신선(洪申善) 시인(동국대 교수)이 올해로 환갑이다. 등단 40주년이 겹쳤다. 두 살 위인 노향림(盧香林) 시인과 ‘부부 시인’으로 살아온 지 35년이다. 그 참에 지금까지 써낸 시와 시집을 한데 묶어 ‘홍신선 시 전집 1965~2003’(산맥 펴냄)을 출간했다. 부부를 함께 만났다.
-당신을 ‘가슴이 따뜻한 남자’라고 부르는 문인이 많다. 한번 만져보자. 시로 만져야 하나, 산문으로 만져야 하나, 직접 손을 대보아야 하나?
“소주를 한잔 하면 본색까지 적나라하게 다 나온다. 사실은 쿨하다고 하는데…. 남에게 신세지거나 피해 끼치지 않으려 했고, 후배 만나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었을 뿐이다.”
“(아내) 그게 경기도 사람들의 특징인 내륙성(內陸性)인데….”
▲ 결혼 때 남편은 아내에게 집필실을 지어주겠다 약속했지만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신 주변이 훤히 내려다 보여 “풍경을 잡아당겼다 놓았다”를 할 수 있는 19층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이덕훈기자leedh@chosun.com)
-1965년 월간 ‘시문학’으로 추천완료했고, 김현승 이형기 두 시인이 심사위원이었다. 시란 무엇인가? 혹은 시는 무엇이 아닌가?
“시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졌다. 굳이 말하라면 ‘인간의 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정도다. 변혁의 무기라고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사람은 언어의 놀음이자 말장난이라는 사람도 있다. 시가 가진 말의 외연은 굉장히 넓다. 그러나 시가 틀 속에 갇히기 시작하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한다. 작품을 쓸 때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 속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해진 그릇 안에 관습대로 작품을 쓰면 풀빵 찍기가 돼 버린다.”
-노향림 시인은 남편의 시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옛 선비기질인데, 까다로울 만큼 꼼꼼하다. 완벽하지 않으면 발표를 안 한다. 등단 초기에는 반짝반짝 이미지 시인이었다. 그 다음에는 메시지와 활달한 실험을 시도하는 변모가 왔다. 지금은 시가 홍신선 자체다. ‘수원지방’이란 시에서 보듯 철저히 체험했던 것만 쓰고 있다.”
-남편도 ‘나의 시세계’를 그렇게 보는가?
“총기 있을 때 정리하자는 기분으로 전집을 냈는데, 고비고비 생각난다. 60년대는 모더니즘과 내면심리 묘사가 유행했고, 나도 그 세례를 받았다. 70년대엔 정치적 억압 때문에 현실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직설 화법보다는 시적인 수사(修辭)를 통해 말했다. 80년대에는 시골학교에 내려가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서울서 친구들과 술 먹고 시 쓴 것들이 허상처럼 보였다. 시골 삶을 진솔하게 담을 틀을 생각했다. 이야기시(詩), 서사구조의 시가 나왔다. 그것을 보내고 지금은 다시 서정적인 시로 돌아와 있다. 90년대엔 정신주의 시세계로 기울어 선(禪)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제는 좋은 서정시 몇 편만 더 쓰고 싶다는 소망이다.”
-남편이 볼 때 아내의 시는 어떤가?
“회화성이 강하다. 산뜻한 수채화를 만들어 주는 시다. 내 시보다 독자도 많다. 다만 요즘에는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게 눈에 보인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났는가?
“우리 둘은 김현승 시인을 선생으로 모셨는데, 일요일에 수색역 부근 그분 댁에 놀러 갔다가 만났다. 가냘픈 몸매인 선생님은 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걸 늘 자랑하셨고, 축구 경기 관람도 좋아하셨다. 댁 근처의 호수다방에서 박스컵 경기를 보시던 선생님 곁에 묘령의 여자가 있었는데, 나중에 내 아내가 됐다.”
-시인에게 육신의 나이가 환갑이 됐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전집을 냈다면, 앞으로는 그만 쓰겠다는 뜻인가?
“시 한 편 만드는 데 전에는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렸다면, 이젠 그 기간이 자꾸 길어지고 있다. 집중도와 감각도 무뎌지고…. 물론 죽기 전까지 쓸 것이다. 그러나 늘어지는 시, 완성도 떨어지는 시를 자꾸 보여줘봤자 독자들이 실망밖에 더 하겠나…. 앞으로 쓰기는 하겠으나 아마 발표는 못 할 것 같다. 질적 수준이 떨어지면 시인도 사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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