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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6-05 07:41
 조회 :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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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황
달만큼 겨운 마음 뒤척이던 밤이더니
바스락 또 바스락 걸음을 옮기는 소리
내 숨결 환한 꽃길이 메밀밭에 닿는다.
별처럼 반짝이던 불면증을 털어 낸 후
신발을 벗어 들고 철버덕 또 철버덕
메밀꽃 하얀 물길을 어린 꿈이 건넌다.
(작품 메모)
벌써 무더위가 찾아왔다. 창을 열어 놓았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으니 꿈을 꿀 수도 없다. 더구나 피로를 풀지 못하면 어찌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내가 정성을 들이어 메밀베개를 새로
만들어 주었다. 새 베개를 베고 누우니, 뒤척거릴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싫지 않다. 그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나는 모처럼 옛 꿈길을 걷는다.
달밤에 하얗게 피어 있는 메밀 밭을 만나면 그 모습이 내(川)를 이룬 듯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메밀꽃을 "파도가 일 때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泡沫)"에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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