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드려다 볼 때마다 "아하 이게 아닌데...."했었죠.
하나 둘 얼굴 한 구석에 박힌 우툴두툴한 점박이에다 마치 해묵은 그림자라도 드리우듯한 검버섯.... 이런 것들을 마냥 그대로 바라보기가 여간만 민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뭐 어째, 다~ 그런 것이지. 세월의 그루터기가 어찌 나 한사람에게만 오는 전령인가. 그걸 자랑으로 알고 지냄만 같지가 않지 뭐...."
늘 심드렁한채 그처럼 지나오다가도 때론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나이가 들기로소니 해맑고 고운 양지를 지닌다는 것처럼 좋은 복이 어딨겠어? 그게 자연이 준 선물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세월이 하 좋아서 요즘은 손끝으로 벗겨낼 수가 있다니 어디 한번 시험해 본들 그 아니 좋을까나...."
작심하길 몇몇년...
우연히 한 친구가 뾰두락지처럼 생긴 붉으스름한 허물을 달고 다니길래 그게 뭐냐 했더니 예의 '레이져 쏘이기>로 한꺼플 벗겼다 일러주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눈 딱감고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광화문 일각의 W 피부과.
나원참, 날더러 무조건 누우라하더니 "아이고 선생님 얼굴도 이려니와 목덜미가 말이 아니예요. 완전히 우툴두툴 송이버섯으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이것부터 벗겨내야 합니다."
물어보지도 않고 미리 계산도 할 사이 없이 다짜고짜 그냥 드리대는 품이 사뭇 위압적이었다. 소위 레이저 치료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아이구머니 목덜미가 따끔따끔 얼굴이 찌릉찌릉 게다가 메케한 내음이 천지사방을 진동하는데 이건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그러기를 한 삽십분 그야말로 지지고 볶고 반창고 붙여대고 엉덩이에다 주사기를 꼽고 약을 사흘치나 처방해 들고 나오느라 부글부글 속으로 부산떨었습니다.
의사양반 거울을 내밀면서 보시라...는데 이거야말로 내 얼굴이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은 세수도 하지말고 샤워는 물론 물기범접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앗불싸 그렇게 즐기는 매일새벽의 좌욕을 어쩔까나... 속이 시큰둥 새큼둥 끓었으나 제가 지은 업이 있어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날은 지난 1월하고도 14일이었습니다. 오늘 20일이어서 일주일째인데 에라 못참겠다 이 아침엔 욕탕에 들어가 더운물을 틀어놓고 내 얼굴을 멀건히 바라보다 얼른 샤워만 하곤 수건으로 건성건성 따독인채 나와 앉았습니다. 거울보기가 안타까웠습니다. 데덕데덕 온 얼굴과 목을 반창고 투성이로 덧칠을 해 놓은 덕분(?)에 말입니다.
인위적으로 지지고 볶는 사회풍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것쯤 모르지 않습니다. 따는 그렇다지만 내가 바로 그 시험대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미쳐 예전엔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고 뭐 그저 초연한척 하고 지났던 셈이죠. 이런 헤프닝은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2~3일 더 버티면 자욱이 맑았게 되 살아난다니... 그때 내 모습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마음이 고와야지 겉모양만 곱다해서 누가 알아주랴... 이런 유행가 읇조리길 수도 없이 해온 터입니다. 아무래도 이제부턴 그런 말 하긴 다 글렀다는 생각이 들숭날숭합니다. "보기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는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 처지가 되고만 것이니까요.
나중에 알아 볼 여늬분이 계셔서 "아이고 선생, 10년은 젊어지셨네요..."란 말이 듣고 싶은 것은 아닌강? 속으로 나에게 거푸 물어봅니다.
만일 이런현상을 사회적 병리에다 견준다면 어떨까고 몰래 가눔해 보면서.
사회적 병리로 드러찬 세상얼굴을 바로 고칠 명의가 나서 걷어부쳐 지지고 볶아 보기좋게 리모델링 걸러낼 수만 있다면 사회가 한결 깨끗하고 보기좋은 곳으로 변형될 수가 있지 않을까는 그런 생각. 그래야 세상이 더욱 '아름다움'으로 드러찰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말입니다.
생긴대로 놀고지고
즐기면 그만인데
점점이 드리운 그늘
지지배배 도려내곤
탱탱한 거울속 웃음
보다말다 또 본다
조회 : 3,6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