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좋지만 그 다음은 가족이란 말....
 
 한때 "미운오리새끼"라고 구박하던 놈이다.
둘째를 두고 하는 말인즉, 그녀석이 두주일전 런던에서 돌아왔으렸다.
변하지 않은 것은 무구찌, 그 말없는 품에다 인정머리라곤 바늘 끝만큼도 없는 심뽀였다.

아_ 그래 모처럼 외국물 먹다 오는 길에 제 아비어미 잡수시라 과자한봉지 사들고 와야 하는것을 이놈은 맫탕 빈 손이었다. 자기는 삐가번쩍 얼굴색도 달라지고 뭣인가 새로움을 잔뜩 물고 왔는데 그래 제 부모하나 기쁘게 해주지 뭇할 주제라니.

그래도 아랑곳없이 제 엄마는 그 녀석이 무슨 교육으로 신라호텔에 머문다하여 짐싸들고 뒷바라질 하는데야 낸들 뭐라할까. 고작 꼽사리 끼기위해 하루 아침을 빌려 그 뻑적지근한 불랙파스트를 먹을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감지덕지요 원님덕분에 나팔분 셈인가.

여전히 묵묵한 크레믈린 사촌성미를 달래려 이 처녀, 저 처녀 선을 보이느라 연락하고 분위기 잡고 눈치보느라 얼씬걸씬하기라니 나원참 이거야 아비노릇이 다 무엇인지. 기껀 고르고 고른 새악씨를 두어번 만나는가 싶었는데 좋다는건지 나쁘다는 건지 도충 시원한 말대답이 없고보니 갑갑증만 일렁일렁.

제 형이 서른여덟이고 이놈이 서른다섯이라 꼭찬 결혼나이를 도대체 왜 서둘지 않으면 안되는지르 이놈들은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는 품이다. "아들자식 하나 맘대로 못한다"는 하나님 꾸지람을 내 뭐라 변명해야 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처럼 보인 새아씨랑 알콩달콩 짝을 이뤄 주었으면 여간만 좋으련만 그런 제 아버지 속내도 모르고 오늘 4월5일 그놈은 다시 런던으로 훌쩍 떠난다.
서운하기도해서 눈물이 다 나오려 한다.

못나서 밉다가도 돌아서면 그래도 가족이어서 좋은 것을.

무등태우고 보듬어 주던 그때 그 품에 자식이지 다 큰 자식 당할 부모없다는 말이 왜 그리 가슴을 퉁퉁 붓게 만드는지 자꾸만 뿔이 나려는 것을 참느라 땀이 흐른다.

이것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