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틀을 깨는 발걸음

새뜻한 바람으로 허기를 메꾸고 나서는 새벽 길은
늘 빈 속 만큼이나 눈과 귀가 밝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길에 누군가라도 동행이 되어 준다면 허기진 마음이
좀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여 먼 훗날 오늘 우리의 자취가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지
알 수 없지만 따뜻한 마음이 함께 했던 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아름다움으로 남으리라.

 

살아가는 일 자체가 현세의 시발점으로 부터 미래세로 떠나는 길 위의 여정
어디로 떠나든 늘 우리가 떠나고 있기에 새삼 떠난다는 것이 그리 큰 일도 아니겠지만
틀에서 벗어나 자아의 오늘을 보려하거나 찌든 일상을 벗어나고 싶거나 또는
세상을 꺼꾸로 보아야 할 은유나 마음을 비워야할 가르침도 우리가 오늘
길을 떠나야 할 큰 명제임에 틀림없다.

 

낮은 곳을 보는 여유는 낮은 곳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높은 곳으로 올라 봐야만 낮은 곳이 있음을 안다.
낮은 곳에서는 늘 올려다 보기에 바빠 낮은 곳을 살필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너덜겅 가풀막을  허덕허덕 올라간다. 수많은 마음들이 땀 깨나 흘리면서
혹은 덜컹대는 마음을 던지면서 앞서 갔을 .
비 바람이 깍아내고 디딛는 발자국이 밟았어도 마음의 돌뿌리 만큼이나  산길은 돌 투성이
 살아 본 사람들은 안다.
너덜겅이 곧 인생과 인연과 그리고 사랑과 그리고 내 마음의 바탕과 똑 같다는 것을.

 

산에 들어 남기는 것은 발자국이요, 가져갈 것은 추억 뿐이라 누가 말 했는가
산행에서 만나는 돌이나 바위, 나무,풀 새 물 바람
거기에서  내 안의 시간으로 들어가 보면 무엇인가 자연의 이치를,의미를
나와의 관계가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시간을 뛰어 넘어 한없이 깊은 사색의 길로 걷게된다.
돌이켜 보면 삶은 늘 허덕이는 시간의 쇠사슬로 옭아매어 움직임의 제약과 더불어 마음의 제약까지
내 안의 자유마저도 속박 당하게 만들었다.
시간의 노예로 전락한 현실의 굴레에서 이 틀없는 여행은 얼마나 홀가분하며 자유로운가.

 

한 걸음 한 걸음 디뎌 올라설수록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돋는 땀을 듣게 만든다.
바람은 저 혼자 있을 때 바람이 아니다. 나뭇잎과 마주쳐 거치는 소리가 들려야하고
구름이 밀려가고 흙먼지를 날려야 바람 이는 자취가 보인다.
 인간도 자연이 있어야 사람으로 구분되며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사람 구실을 가늠케된다.
땀흘리는 내가  여기 있어 바람도 나와 함께 동행하는 것임을...
무릇 자연은 사람의 행복을 먹고 자란다 한다.
내 안의 행복이 풍요로운 자연을 보게되며 고운 소리를 느끼게 되며
산듯하며 담백한 숲의 향기가 느껴짐을  이름이리라.
잠간 마음을 모아 사랑하는 귀한 인연들에게 띄워 달라고 바람에 편지를 부친다.

 

산 모롱이 지나서 떡갈나무 소나무 물푸레 나무들이  길찬 숲에 소복한 땅이 열리고
간힘을 써가며 흘리는 땀은 이슬처럼 갈매 빛 풀잎 위에 떨어진다.
계곡을 밀어 올리는 바람을 따라  산 등성에 다다르니 어느새 눈 앞에  펼쳐지는 봉우리들
낮은 산아래 저 멀리 가뭇한 들과 게딱지같은 집들 더 멀리 포근한 솜을 펼쳐놓은 듯
 담담한 수묵화 한폭으로 펼쳐진 바다와 섬.섬.섬. 그저 마음에 담을 뿐
문자로 그려낼 재간이 없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다른 행태가  바로 이런 것일까?

 

등성을 넘어 휘움한 소나무 숲을 지나 가풀막 옆으로  조릿대 숲이 나타난다.
해를 넘겨 누렇게 바랬거나 지난봄 새순이 자라거나 키가 작거나 크거나 비스듬하거나
바르거나 키 큰 소나무와 키 작은  떡갈나무 군데 군데 찔레나무와
 너나 없이 잘 어울려 숲을 이루고 있다.
어울림과 조화를 풍자한 부설거사의 팔죽시의 한 단면이 아마도 이런 지경이 아니었을까.

 

물소리 졸졸거리는 작은 골짜기를  건너서니 
분명 어느 노스님이 산수화 한 폭 위에 꿈을 그려낸  절집이 분명하리라.
담백하여 깊이를 알 수 없고 고요하여 선의 지경을 가늠케하며
차라리 초라하여 채울 것 없고 포근하여 버릴 것 하나 없는,
 너르게 펼쳐진 변산의 봉우리마다 푸른 빛이 강이 되어 감돌아 흐르고
숲 그 천년을 연주해온 악기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화음으로 꿈을 잦고,
문득 내 안의 시끌한 소리들과 어둡고 컴컴함 마음들까지 푸르게 일어서게 하는
저 깊고 은밀한 무설( 無設)의 밀어(密語)

 

생각해보면 내가 사는 집은 내 것이 아니다. 어느땐가 떠나가고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들어와 내집처럼 살다가 떠나가야할 잠시 얻어 살고있는 곳
그렇다면 내가 서있는 여기도 잠시 머물다 떠날 내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선사들이 그랬듯이 성인들이 남긴 말이 늘 그렇듯이
 " 하늘아래 내집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지붕이 없어도 별꽃이 수놓인 밤하늘로 가슴을 덮을 수 있고
산새 소리 따라 염불소리 따라  메마른 영혼이 풍요로워지고
스쳐가는 바람으로 마음이 허허로운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옹두리진 마음을 풀쳐 내릴 수 있어 참 좋은.
붕긋 떠오르는 일출과

활활 불타는 낙조가

뜨거운 가슴을 물들이는,
그래 여기가 바로 내 집인 것을...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산중 (山中) - 율곡 (栗谷) 이이 (李珥)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약초를 캐러 왔다 길잃고 헤매는데)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온 산은  단풍들고)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스님이 물길어 가네)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숲 끝에 피어 오르는 차 달이는 연기)

 

 

 

 

 

 

두갈래 로 흩어졌던 동행들이 여기저기 여장을 풀고 커다란 잣나무 아래서 여독을 풀고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로의 빛갈을 물들이고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산행으로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아름다움이 법당 뜰에 길게 늘여진 붉은 노을빛보다 더 붉다.

이른 아침 그저 인사치레로 잡았던 손들이 땀을 훔친다.

소중한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하며 흙을 만지고 일굴 수 있고
아픈 가슴을 만져 주며 한 마음으로 뭉치는 손
힘든 산행 중 서로 잡아 끌어주고 밀어주고 손짓하며 그 작은 손들이 크게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마음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다.
늘 곁에 있는 인연들의 손을 뜨겁게 잡아 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는가.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친척, 친구들 가슴 깊은 사랑으로 손잡아 준 적이 언제였던가.
내 마음을 닦아서 빛을 담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비춰 주고 싶다.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은 손에

 

시간의 매듭 인연들과의 여러가지 매듭 혹은 사랑하는 인연과의 매듭이 있다.
인생의 매듭은 풀리지 않는 메비우스의 띠이다. 우리의 작은 소견이나 지식 경험 지혜를
모두 다 동원해봐도 감히 내일의 결과에 대하여 호불호를 논할 수 없음이니 말이다.
어떤 경우라도 믿음과 신뢰 배려를 갖추는 자신의 강한 의지가 충만한 사랑을 이끌어 낸다.
신달자 시인은 매듭을 짓는 일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했다.
 오늘 이 시간의 매듭으로 나를 사랑하기를 지극히 하며 
인연들 사랑하기를 끔직히 하는 강한 매듭 하나를 건져 올린다.

 

꿀맛같은 저녁공양이 과했음은  욕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부처님도 잘 아실 일
서둘러 낙조대를 향하는 발걸음이 부산하고 급하다.
깍아지른 절벽 위에 부설거사가 참선하였을 듯한 한평 남짓 빈터

 

 

 

 

 

 

낙조는 우리에게 사유의 메타포를 던져 준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대한 인식과 존재와 부재의 문을 동시에 우리 앞에 열어
경계의 이편과 저편 사이 우리의 실체를 통해 이상의 추상적 관념적인 세계의 문을 연다.
작게는 현실의 긍정과 부정으로 부터 크게는 전생과 이생과 미래생의 삼생이 함께 모이는
산문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삶의 산문이나 마음의 산문은 범주만 다르지 형태는 같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장엄하여 벅차면서 한편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인간의 마음은  선과 악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 되어 있는 참으로 묘한 것이다.
이러하여 저녁 노을을 통하여 자의식이 존재와 만나는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소리에 집중하면 관음( 觀音 ) 즉 소리를 보게 된다 한다.
범음(梵音) 묘음(妙音)해조음(海潮音)을 거쳐야 관음에 도달하는 이른바
소리의 삼매에 빠져 비로소 관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관음보살의 수행은 단지 스님에 한한 것만은
아닌 것이 .  우리 또한 노을과 함께 듣는 해조음으로 관음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법은 아무데도 없다.
소리는 있음의 형태, 그것은 바로 자신의 존재를 의미하며 존재는  내안의 진실된 마음이다.
그러므로 소리를 본다는 것은 내안의 참된 마음을 본다는 뜻이리라.

 

사람은 육안 뇌안 심안 영안 이렇게 네개의 눈이 있다
육안과 뇌안으로 보는 세상은 왜곡되고 편협되어 진실을 보지 못하며
마음의 눈 영적인 눈을 크게 떠야 진실이 보인다.
새나 나무나 물이나 풀 등 자연은 평화로운데 인간은 탐욕으로 늘 불안하고 성이 차지 않는다.
생멸법에서는 자취없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에 속는다고 말한다.실체는 없으되
마음에서 일어난 것에 노심초사하고 헤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파도가 일어났다 스러지는 근본인 물을 볼라치면  고요한 물은 물이고 파도도 물이다.
본질을 파악하여 돌이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낙조를 보며 해조음의 운율을 타는 내안의 참된 마음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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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꽃을 보고도
한 숨지으며 눈물 뿌리는 사람이 있고
웃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노래하는 꽃이
눈물 뿌리는 꽃이 따로 있는가?

자기 마음을 중심으로
세계가 벌어지는 것이다.

자기 밖에 나를 간섭할 사람이 어디잇는가?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다.
스스로 간섭할 수없는데 불구하고
스스로 헤매는 것이다.

 

서암스님의 말씀이다.

 

오늘 낙조를 보며 까닭없는  눈물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다시 기약할 수 있는 수억겁의 순환을 믿음 때문일 것이다.
억겁의 인연으로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고 헤어지는 순환의 고리에서
 통찰을 구현하는 중요한 산문, 내안의 메타포다.

 

 

 

 

 

 

 

 

 

 

八竹詩 / 浮雪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粥粥飯飯生此竹 是是非非看彼竹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대로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대로 보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정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

 

한 껏 울대가 아프도록 뒤로 젖혀야 보이는 잣나무 우듬지에 *문곡성이 걸리고 졸가리에는
뭍 별이 모두 다 달려 있는가 싶다.
세속의 마음이 이렇듯 별밭이면 아무리 돌같은 사람일지라도 흔들리지 않을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황진이를 연모한 지족선사의 파계 쯤이야 어찌 대수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내 너를 만나 깨닳음을 얻었노라,

황진아 너는 나의 경전이며 염불이다.
너는 내가 찾고있던 부처의 산 모습이다."

 

부설거사, 지족선사,원효대사.
적어도 범부의 눈에는 모두 다 해탈한 부처의 모습이다.
묘화낭자를 취하여 깨닳음을 얻은 부설거사와 황진이로 인하여 파계한 후 세상을 주유한 지족선사와.
요석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얻는 원효대사 , 그들은 해탈의 경지에 다다라
무한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였다.불법과 경전에 얽매인 자아를 깨고 대 자유를 얻은 것이다.
경허선사의 이야기도 있다. 충남 서산의 천장암에 머물 때 온몸이 피고름으로 범벅된
미친여인이 암자에 왔을 때 선사는 열흘동안 그 여인과 동침하여 몸을 섞어
정신병을 고쳐 주었다한다.경허선사는 한국불교 선종의 중흥조였다.

 

"우리가 어떤 좋은 일을 하려면 반드시 장애물이 생깁니다. 그것을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그걸 딛고 일어섬으로써 새로운 기량, 새로운 의지력, 내가
   지금까지 갖추지 못한 새로운 그릇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

도가 높을수록 마가 성한 법이고
어둠이 깊을 수록 별이 더 빛나는 법인 것을...

 

궂이 달을 못 본다한들 대수랴

그믐날 달을 바람이 그릇된 마음일 터

훗날을 기약하는 다리를  놓았으니 이 또한 좋지 않은가.
   

무슨 말이든 만번을 되풀이하면 곧 진언이 된다한다
행복합니다.사랑합니다.고맙습니다.
밤으로 별을 보며 서원을하고 아미같은 새벽달에 합장을 하고
이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진언을 올린다.

 

만번의 행복과

 만번의 사랑과

 만번의 감사를...

 

설핏 잠이 5점을 알리는 자명에 눈을 뜨니 먼 산 구릉에 서기가 차 오른다.
내심 안개를 기대하였으나 울멍줄멍 산 봉우리 밑둥까지 갈맷빛만 짙다.
안개와 노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하벽( 煙霞癖)에 걸려 입산한다는
말을 보면 내 팔자에 입산의 기회는 없는가보다.

 

울멍줄멍 능선을 따라 뒷걸음치는 어둠넘어 옅은 구름아래 선홍 물이 배이기 시작하고
먼 하늘 가장자리부터  쪽빛에서 남색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신새벽부터 여기저기 산새들이 재잘 재잘 지저귀는 소리가 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끌한 합창이 시작되고 부스스 고개든 나뭇잎 수런 거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별을 담고 별을 헤며 밤을 지새운 인연들도 눈을 비비며 하나 둘 댓뜰로 나와서고
바야흐로 먼동이 튼다.

 

간절한 서원과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마음을 담는
인간과 자연이 맞이하는 아침은 자라 오르는 희망이 보여서 참 좋다.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희열은 저런 것
오래 열정을 다하여 추구하던 일의 완성이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다림이 그렇고 아침 해를 맞이하는 기다림이 그렇다
기다림은 언제나 불이 되어 우리 가슴을 태운다.
사랑이 눈으로 오듯이 아침 태양도 눈으로 온다

 눈으로 오는 것이 불이다.

 

새로운 아침은 새로운 캔버스다.내게 묻는 하루의 그림이 일상의 틀로 채워 지게 놔 둔다면
내 하루는 어제 후회하며 살았던 쓰레기들로 가득한 화판이 될 것이다.
새로운 에스키스를 그려 넣고  자유로운 마음 더 즐거운 마음으로 화판을 채워야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 언제 한번
엄격히 가려본 일이있는가. 자주적인 삶을 위한 내 질서를 정립해 본 적이 언제였는가
반복되는 날들을 살아가지만 엄격히 보면 삶은 반복이 없다
그때 그때 새로운 삶이 우리 앞에 놓여있고 화판에 그림을 그리듯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한번 뿐임 삶을 아무렇게나 그릴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시작이니만큼 스스로
새롭게 이끌고 새롭게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옛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삶은 미래가 아니다 과거가 아니다. 또한 현재도 아니다.삶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이지만
삶은 모두 현재에 있다 죽음도 현재에 있다 그러나 명심하라 자신에게 참 진리가 있다면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는 것을."

 

자신의 참 진리란 결국 자주적인 질서확립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새롭게 눈 뜬다는 것은 봄을 뜻한다 새 움을 틔워 새로운 희망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시발점이다. 늘 깨닿고 늘 새로운 봄을 그리는 캔버스를
지니면 내 마음의 뜰은 항상 새롭게 소생하고 향기롭지 않겠는가.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하는 매일을 서원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