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6월 초순에는 남설악을 둘러보고 오색에서 잔 후 대청봉으로 해서 공룡능선까지 설악산을 3일 동안이나 누비며 400여 장의 소중한 사진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이 기행문이라 손보다 발로 쓰는 것이고, 그 내용을 가능한 한 최근의 자료로 쓰는 것이 독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걸 밤새워 정리하고 탈고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갔는지 입술과 인중이 흉하게 부르트고 터져서 10여일이 지난 이제야 이제 겨우 제 모습을 찾아 아물어 가고 있다. 
재주로 글을 쓰지 못하는 대신, 노력으로 쓰는 사람이어서 이 상처는 문학을 향한 나의 영광스런 상처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 "대장암 직전에 오셨군요." 라는 수필을 탈고 하였다.
25일에　국립암센터에 가서 대장암검사를 하였더니 용종을 7 개나 수술해 주던 여의사가 한 말이 그 제목이 된 것이다.
10일 뒤인 오는  7월 4일에 그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는데 그 여의사가 금주를 권할 것 같아서,  요즈음 나는  '절주냐, 금주냐' 하는 화두로 고민 중에 있다.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지켜진다면 나의 역마살은 낭비를 벗어나서 더 많은 곳을 향한 구체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청취하게 되는 비타민 같은 각종 교양물로 나는 하루하루 나의 식견을 넓혀 갈 수도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무리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다 하여도 그 횟수와, 가서 찾아보는 곳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해도 공중 촬영까지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방송사에서처럼 첨단 장비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세계 오지 곳곳을 찾아다닐 수는 있겠는가. 그것은 취미의 차원을 넘어 직업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러 방송국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러한 자료를 하나하나 모아 소유하게 되는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무지 행복하다.
이러한 자료들은 그동안 내가 썼거나 쓰고자 하는 해외여행기, 산행기 등에서 귀중한 재료가 되거나 가필 정정하는데 얼마나 소중하고 요긴한 자료가 되겠는가.
 2008년의 남은 나날도 지금 가고 있는 6월처럼 맞고 보내고 싶다.

7월에는 설악산 공룡능선에서의 행복했던 시심(詩心)을 국립공원 오대산으로 옮겨 호연지기를 다시 펴고 싶다.

어디　갔느냐고　묻는　이　있거든
산(山)에　갔다　일러라．
어느　산(山)에　갔느냐　묻거든　
공룡(恐龍)　등에서　시원한　바람이　되었다고　일러라．　　　　　　　　　　　　　　　　　
누구와　같이냐고　묻거든
내　아내의　남편과　함께라고　답하여라．
언제　집이　되느냐고　묻거든
주머니에　바람이　일　때　쯤이라고　하여라．
몸이　마음을　부리는　나이에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마음이　몸을　부리는　오기(傲氣)가　되었다고　여쭈어라．
                                      -설악산 공룡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