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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0-01 11:12
꽃의 달인 '유박'
 글쓴이 : 오름
조회 : 3,594  
   http://www.mest.kr [330]
꽃을 사랑한 사람은 고래로 부지기수다. 조선시대에도 꽃, 그중에도 매화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선비는 꽤나 많았다. 그러나 취미와 사랑의 단계를 넘어 학문적 경지에 이른 진정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번잡한 세상을 등진 채 ‘꽃나라’를 세운 은사(隱士) 유박은 시대를 풍미한 꽃의 달인이었다.

꽃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당대의 마니아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이가 오늘의 주인공인 화훼전문가 유박(柳璞, 1730∼87)이다. 꽃에 대한 사랑과 전문적 지식에서 그를 따를 자가 많지 않다. 이제 화벽(花癖)의 유박, 유박의 화벽에 얽힌 옛이야기를 만나보자.

유박은 영·정조 시대의 화훼전문가다. 본인이 직접 백화암(百花菴)이란 화원을 경영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화암수록(花菴隨錄)’이란 화훼 전문서를 지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이 책은 조선 전기에 강희안(姜希顔)이 저술한 ‘양화소록(養花小錄)’과 짝을 이루는 그야말로 소중한 저술이다.

유박은 문화 유씨(文化柳氏)로 1730년에 태어나 1787년에 죽었다. 자는 화서(和瑞), 호는 백화암(百花菴)이다. 부인은 파평 윤씨로 윤석중(尹錫中)의 딸이다. 아래로는 딸만 셋을 두어 각기 신세창(愼世昌), 이정륜(李廷倫), 조항규(趙恒奎)에게 시집갔다. 일반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인물이지만, 실학자로 유명한 유득공(柳得恭)의 7촌 당숙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조금은 친숙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꽃과 함께 살리라

그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과거에 오르지도, 벼슬을 하지도 않았다. 황해도 배천군 금곡(金谷)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그의 주변에는 명사들도 별로 없었다. ‘화암수록’에 실려 있는 자작시를 근거로 그가 1778년에 배천군 향교를 이전하는 공사를 감독한 사실과 가끔 서울에 들른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꽃을 가꾼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기록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한 일을 밝히고 그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저명한 문인들 사이에서 그의 애화벽(愛花癖)이 회자되었고 그 또한 자신의 취미와 행적을 감추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시골에서 화원을 경영하는 그였지만 문인들로부터 받은 시와 산문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따라서 ‘화암수록’과 문인들로부터 받은 글의 도움을 받는다면 유박의 독특한 삶과 내면은 복원이 가능하다.

유박이 살았던 곳은 황해도 배천군 금곡이지만 그 전에 어디서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젊은 시절엔 한때 서울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는 20대 초반에 금곡에 정착한다. 금곡은 배천군 군치(郡治)로부터 동쪽으로 25리 떨어진 곳이다. 유명한 벽란도(碧瀾渡)의 안쪽에 있는 포구로 경기와 해서지방의 해상교통을 중계하는 요충지이며 해서의 전세(田稅)가 모이는 금곡창(金谷倉)이 있었다. 유득공은 ‘상량문’에서 그가 이곳으로 이주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꽃의 주인은 누구인가? 유아무개 선생이다.
헌원씨(軒轅氏)의 먼 후예로서 조선에 사는 한 포의(布衣)라네.
작은 녹봉 얻자고 허리 굽히지 않고 귀향한 것은 문 앞에 버들을 심은 도연명(陶淵明)을 본받음이요,
계책 하나가 남아 홀연히 바다에 뜬 것은 배를 타고 황금을 베푼 범려(范?)를 사모함이네.
남과 나의 시시비비는 모두 잊었으니 나비가 장자가 되고 장자가 나비가 된 격이요,
귀천과 영욕을 입에 올릴 필요가 있으랴, 엄군평(嚴君平)이 세상을 버리고 세상이 엄군평을 버린 것과 같다.

그리하여 소요하고 노니는 생활로 세월을 보내는 방법을 삼았네.

유박은 오늘날로 치면 꽃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우화재와 백화암이란 집을 짓고 저명한 문인들에게 알려 글을 부탁하기도 했다. 명문장으로 이른 높은 많은 남인 학자들이 그에게 글을 부쳤다고 한다.

<조선의 프로페셔널> 유박 편에는 남인학자들이 쓴 글과 유박 자신이 <화암기>에 나오는 글 중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백화암을 짓고 화원을 경영한지 이십년이 되는 무렵 유박은 <화목품제>라는 특이한 책을 저술한다. 꽃을 모두 9등급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 1등: 매화, 국화, 연꽃, 대나무, 소나무. 기준은 고표일운(高標逸韻)
▲ 2등: 모란, 작약, 왜홍(倭紅), 해류(海榴), 파초. 기준은 부귀(富貴)함
▲ 3등: 치자, 동백, 사계(四季), 종려, 만년송(萬年松). 기준은 운치(韻致)
▲ 4등: 화리(華梨), 소철, 서향화(瑞香花), 포도, 귤. 기준은 운치(韻致)
▲ 5등: 석류, 복사꽃, 해당, 장미, 수양버들. 기준은 번화(繁華)함
▲ 6등: 두견, 살구, 백일홍, 감, 오동. 기준은 번화(繁華)함
▲ 7등: 배, 정향(庭香), 목련, 앵두, 단풍. 기준은 제각각의 장점을 취한다. 이하 같다.
▲ 8등: 목근(木槿·무궁화), 패랭이꽃, 옥잠화, 봉선화, 두충.
▲ 9등: 규화(葵花, 접시꽃), 전추사(剪秋紗), 금전화(金錢花), 창잠, 화양목(華楊木)

그는 수많은 꽃에 자신의 미학적 기준을 적용해 꽃을 품평하였고, 각각의 꽃 설명에는 주목한 많은 견해와 고증을 보탰으며, 신기함만을 좇아서 품평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여러 꽃의 각기 다른 특징과 인상을 명확하게 포착하여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하였는데, 요즘 흔히 듣는 서양 꽃말과는 다른 동양적 기품이 느껴진다. 일부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매화: 강과 산의 정신, 태고적 면목.
국화: 혼연한 원기, 무한한 조화.
연꽃: 얼음같이 차고 가을 물같이 맑다. 갠 하늘의 달과 햇볕 속의 바람이다.
모란: 부귀하고 번화한 모습이라 공론이 벌써 정해졌다.
작약: 수많은 꽃 가운데 우뚝 선 최고로 붉고 흰 꽃이 패자를 다툰다.
왜홍(倭紅): 현란함이 온갖 꽃을 어지럽게 하며 꽃의 숲에서 권력을 휘두른다.
해류(海榴): 서시(西施)가 찡그린 모습이라 사람으로 하여금 애가 끊어지게 한다.
석류: 조비연(趙飛燕)과 양귀비가 모든 후궁의 총애를 독차지한다.
서향화(瑞香花): 한가로울 때의 특별한 벗으로 십리에 맑은 향기가 풍긴다.
치자: 비쩍 마른 두루미, 구름 위를 나는 기러기로서 곡기를 끊고 세상을 도망한 듯하다.
동백: 선풍도골(仙風道骨)로 세속과 단절하고 사람과 떨어져 산다.
해당화: 말쑥한 모습이 고운데, 잠에서 덜 깨어 몽롱하다.
장미: 샛노란 정색(正色)이 그 자태가 우아하다.
백일홍: 순영(舜英)이 얼굴이 붉은 일이 있겠는가?
살구꽃: 절등(絶等)한 소성(小星, 少妾).
배꽃: 우아한 부인.
패랭이꽃: 곡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
정향: 질박한 행자(行者).
옥잠화: 영리한 사미승.
전추사: 문 밖에 시중하는 동자. 

꽃을 품평하고 노래하고 토론하고 갖가지 시와 글을 모아 책을 펴낸 그는 단순한 원예업자가 아니었다. 유박은 단순한 원예업자나 화훼 전문가 수준을 넘어 학술적인 의미에서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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