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일
말로는 채울 수 없는
연서戀書를 지니고
생머리
나부끼는 소리로 눈 내리는 밤
이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
그
詩를 쓰고 있다
"시란 한 방울의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것"
시인은 반쯤 열린 꽃이고 가지를 떠나는 새입니다. 언어의 뿌리
까지 들여다 보고 사물의 두께 속으로 여행하며 그 한계를 넘어
서는 그들입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아를 정복하기 위한 대장
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또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긴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먼 훗날 시를 쓰지 못하는 날이 오면 내 삶 자체가 시가 되도록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손톱에 때가 끼인 투박한 손을 가진 농부와 영혼이 맑은 시인이
인류의 마지막으로 남지 않을까요?
後記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살아 오면서 자청自請한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묶은 밧줄과 감정, 항상 패배로 끝나
고 마는 나와의 싸움, 세상과의 부조화不調和 이 모든 것들을 글 속에 쏟
아버려 점점 비워지고, 가벼워지고 싶은 소망이죠.
때로는 무위無爲의 상태를 갈망하는
지금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7개월 째 의료활동과 선교에 힘쓰고 있는 아내
목미수와 두 아들 내외, 塡, 一行, 전주희, 정영미, 그리고 예쁜 꽃송이
손녀 지원, 지우가 내 생의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책 속을 거닐 때 가슴을 짙게 와 닿던 글도 함께 엮었습니다. 차
라리 묵언默言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곧 겨울이 오겠지요.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아 사전의 갈피 속에 잠들어
있는 언어를 깨우는 겨울 밤이었으면 합니다.
2008년 초겨울
허 열 웅
출판사 : 뿌리시선·60
허 열 웅
충남 청양 출생
K T & G 퇴직
홍삼유통주식회사 대표이사
산울림 문학회 회원
시집 『눈물꽃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