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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2-28 06:28
 조회 : 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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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08년이 저물어 간다.
산에 간다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이 버거운 고희(古稀)를 넘긴 이 나이에, 나는 단독으로 지리산(地異山), 설악산(雪嶽山), 오대산(五臺山) 종주를 한 해였다.
그러다가 오대산 상원사(上元寺)와 지리산 화엄사(華嚴寺)에서의 일박은 나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감격이었다. 그 중에서도 화엄사 각황전(覺皇殿)에서 스님의 말씀 따라 참가한 새벽 3시의 예불은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봄에는 상하(常夏)의 나라 싱가포르 일원을, 가을에는 경기케이블TV의 도움으로 눈의 나라 일본의 북해도(北海島)를 다녀왔다. 그 하나하나를 글로 남기기 위해서 카메라에 담으며 다닐 때에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던지-.
이렇게 금년에 쓴 글이 시와 장편 수필만도 60여 편을 넘나든다.
글을 쓰는 것으로만 족하며 살아오던 나에게 책을 통하여 독자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 해였다.
'월간 문학저널' 사의 특별한 배려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주어서 '국립공원 산행 Photo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 동안 그 국립공원 16편 중 9편이나 발표하였다.
그때마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다시 그 산을 찾는다는 것이 즐거운 비명이 되곤 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한라산(漢拏山)을 찾아 한 3일 머물면서 성판악, 관음암, 어리목, 영실코스 등을 다녀와서 '국립공원 한라산 Photo 에세이'를 완성하고 싶다.
이러한 나의 문학에 대한 욕심으로 나의 최선을 받친 결실이 9월 무렵 드디어 장서로 포장하여 출간될 것이다.
수필이 특히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기행문은 자료 싸움이다.
그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도 2008년은 나를 행복하게 하였다.
내가 주로 쓰고 있는 여행 자료의 보고(寶庫)인 TV, 그중에서도 케이블 TV에 방영되고 있는 한국의 산하는 물론 세계의 가 본 나라와 가보고 싶은 나라의 이야기들을 DVD로 근 100장 이상, 내용으로는 1,000 편 내외를 녹화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쓴 내 작품의 가필 정정은 물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해외여행을 위해서도 구체적인 큰 도움을 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젊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소유하게 될 때에 우리는 얼마나 큰 행복이던가. 그런 마음을 노년이 되어서도 누린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 되는 일이다. 노인의 나라에서도 물건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찾아오는 행복을 기다리다가 맞는 것이 아니라, 젊음처럼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 창조하는 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 MTB를 소유하게 된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나는 일생 중 30년 이상 자전거를 탔다. 그때의 자전거는 생활 자전거였다.
서울 돈암동에 살 때는 직장이 있었던 혜화동까지 자전거로 출근을 하기도 하였다. 그때가 4호선 전철 공사가 한창 중인 때였다.
그러다가 경기도 일산(一山)에 이사 와서 정년퇴직할 무렵 그 기념으로 접이식 생활 자전거를 구입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10 수년을 타고 호수공원을 자주 찾았다.
아름다움을 차지하려면 그 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처럼 레저용 MTB를 갖게 되면서 이에 따른 액세서리 준비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나의 주머니는 언제나 건강하지 못하였다.
대신 MTB는 고급세단을 타는 것처럼 그 쿠숀이 나의 주머니를 턴 댓가를 톡톡히 지불하여 주곤했다.
내년에는 나의 이 애마(愛馬)를 타고 전국을 일주해 볼 생각이다. 산에 갈 때 항상 그랬듯이 '천천이 가는 자가 멀리 간다.'는 나의 좌우명을 철저히 실천할 생각이다.
'갈 수는 있지만 돌아오는 것에 자신 없다.'고 하였더니 아들이 말한다.
"아버지, 가실 때에는 차에 싣고 가셨다가 목적지에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되쟎아요."
아들 말대로 내년에는 저전거를 내 차에 싣고 가던, 가서 고속버스에 싣고 오든 아름다운 한국의 산하를 이곳저곳 기웃거릴 생각이다.
그중 제일 먼저 '시조춘추'(시조문학진흥회 기관지)에 연재 중인 ‘시조 기행’ 자료 수집을 위해서 우선 송강 정철의 광주 일원으로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날을 위해서 휴대용 산악겸용 내비게이션을 준비하여 두었다.
금년에 준비한 또 하나의 기쁨은 무리하게나마 월부로 구입한 노트북이다.
붙박이 컴퓨터는 그 방에 들어 가서야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내와 단 둘이 사는 집에서 지금까지 아내와 나는 항상 따로 따로였다.
그러나 요즈음 노트북은 무선이라서 아들이 설치해준 공유기 때문에 별도로 인터넷에 가입하지 않아도 집에서는 거실, 침실 등을 가리지 않고 이동과 사용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연속 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내 옆에서, 모처럼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들과 함께 하면서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금년에도 한 해의 1/3은 여행에, 2/3는 글을 쓰는 데에 그리고 나머지 1/3은 술을 마시는 일로 보냈다. 그러면서도 고맙게도 하루도 아픈 날이 없이 호주머니만 빼고는 건강수명(健康壽命)을 살아왔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바를 행해도 법도의 어긋남이 없다는(從心所慾不踰矩) 나이 60대를 지나 70대를 살면서도 목숨 걸고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은 뒤돌아보아야 할 일 같다. 우리 아버지가 나를 낳고 내 이름자 한 가운데에 '철' 자를 묻어두신 깊은 뜻을 생각하면서-.
금년도 나날이 나빠지기만 하는 내 몸과는 달리, 젊었을 때보다 더 찬란하고, 황홀한 2008년을 살아왔고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해에도 죽지 않고 건강히 살게 하여 주소서.' 하는 소원이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은 우리 손자 손녀들이 굳게 믿고 있는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는 크리스마스 날이다.
그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그래도 가는 이 해가 아쉬워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쓰고 있다.
새해 우리들 가정에
강물이 흘러가는 것은
흘러오는 강물 때문이듯
한 해가 가야 하는 건 새해가 오기 때문.
세모(歲暮)에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은
우리들이 우리들이기 때문이라네.
오늘의 하루하루는
우리들의 재산(財産)
새해에도 금년처럼 하루하루 아름다움으로
그리움
엮어 가시는
향복(享福)한 발자국 되시라.
-2008 무자년 세모
ilman 성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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