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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7-13 15:07
 조회 : 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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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미국의 한 호텔과 그 호텔에 유숙하였던 여성이 주고 받은 편지가 있다. 먼저 ‘죤즈’라는 호텔의 지배인이 ‘메리 브라운’이라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다.
<메리 브라운님께 드립니다. 저희들의 호텔에서는 오래 전부터 손님이 떠난 후, 비품을 점검하는 방침을 쓰고 있습니다. 그 방침에 따라서 그날도 메리 브라운님께서 떠나신 후, 비품을 모두 점검한 결과, 방에 여분으로 비치하였던 50달러 상당의 담요 두 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단히 말씀 드리기 송구스러우나, 만일 당신의 짐 속에 담요가 잘못 끼어 들어 있었다면 돌려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어서 서둘러 공항에 나가느라 자기 짐 속에 넣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돌려 보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저희들의 사정을 살펴주시고 선처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배인, 죤즈->
만일, 보통사람이 기억에도 없는 이런 종류의 일과 관련해서 난데없이 호텔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면 어떻게 할까. 여기서 지배인 죤즈의 편지는 정중하기는 하지만, 메리 브라운이라는 여성을 담요를 훔친 사람으로 단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말투는 점잖지만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까 잔소리말고 돌려보내라는 식의 협박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이런 편지를 받고, 양심이 찔리는 사람은 별 문제로 치고 전혀 결백 할 경우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람에 따라서 모두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에 우선 화를 내는 것이 보통일 것 같다. 그러나 호텔 지배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메리.브라운은 이런 내용의 회답을 보낸다.
<죤즈 지배인께 드립니다. 저는 당신의 편지를 받고, 그 호텔에 유숙한 사람 중에 담요 두 장을 스카프나 블라우스로 잘못 알고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열차에서 내릴 때, 승객이 기관차의 레일을 몇 미터 정도 절단해서 가져간다거나 동물원에서 돌아올 때, 햄버거가 들었던 빈 봉투에 코끼리나 하마를 몰래 담아 가지고 간다는, 그런 식의 얘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사건에 관해서 담요 수량 조사에 나름대로 협력하고자 합니다. 문제의 담요는 처음에, 서랍 장 맨 밑 서랍에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짐이 많았기 때문에 블라우스를 거기에 넣으려고 담요를 꺼내 의자 위에 놓았습니다. 그 후에, 메이드가 왔을 때, 나는 아주 상냥하게 그리고 숙녀다운 공손한 말로 담요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였습니다. 당시의 메이드에게 그날의 사정을 알아본 후, 다시 한번 호텔의 담요 전부를 자세히 세어 보면 한 장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귀 호텔에서는 최근에 엘리베이터가 혹시 없어지지 않았는지 조사해 본 일이 있습니까? -메리 브라운->
메리 브라운이라는 여자의 이 편지. 휴머가 듬뿍 담겨 있으면서도 아주 신랄하게 호텔측의 무례함을 꾸짖고 있다. 메리.브라운이라는 여자 자신은 호텔의 비품은 그것이 한 장의 타올이건 한 장의 담요건 엘리베이터와 같은 호텔의 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진 여성이다. 호텔의 물건은 절대로 호텔 밖으로 옮겨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여자다.
이 여자의 편지에 대해 호텔에서 회답이 온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메리 브라운님께 다시 드립니다. 아주 흥미 깊고 너그러움이 가득한 멋진 편지 고맙게 받았습니다. 저의 전 생애에 걸쳐 너무나도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은 데 대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저희들은 모든 것을 세어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세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담요의 수도 확인하였으며 모든 것이 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들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신을 영원히 이 호텔의 소중하고 친근한 초대손님으로 모시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디 저희들의 뜻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희들의 잘못으로 불쾌하게 해 드리고 괴롭혀 드린 것을 마음으로부터 사과 드립니다. –지배인, 죤즈->
오래 전에 입수한 책에서 읽은 이 왕복 서한의 얘기. 한 호텔 손님과 호텔측이 주
고 받은 이 편지 속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생각해야 할 만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
는 것 같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잊어버릴 만한 때가 되면 한국인 단체가 유숙한 호텔에서, 혹은 한국
인이 운영하는 항공사 여객기에서 비품이 수도 없이 사라진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
다. 여객기에 비치된 담요가 한 달에 4000장이나 사라졌다느니, 음악 청취용으로
제공되는 해드폰이 월평균 1만개가 없어졌다느니, 베개, 수저와 포크에 이르기까
지 없어지는 물건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끼곤 한다.
그것이 값진 물건이건 그렇지 않건 호텔이나 여객기의 비품을 슬쩍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도둑 행위며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소개한 편지의 주인공, 메리 브라운의 말대로 한다면 여객기의 비품을 슬쩍 하는
것은 비행기의 날개나 바퀴를 뜯어가는 것과 같은 행위다.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절도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측은 고객들의 반응이 두
려워서 그저 모르는척하는 모양이다. 이렇듯 비품을 슬쩍 가로채는 사람이 있고
또 한편 이 사실을 보고도 눈을 감는 사람이 있는 탓으로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지배인, 죤즈와 고객, 메리 브라운의 왕복 서한을
상기하게 된다. 이 왕복 서한에 담겨져 있는 건전한 도덕성, 고객과 경영주의 관
계를 부드럽게 하는 커먼센스와 휴머가 부럽기만하다.
친한 친구가 미국의 유수의 호텔 매니저로 있습니다.
호텔 투숙객에게 지급되는 비누, 로션, 샴푸 그리고 여러가지 타올 등의 비용은
이미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위에 나열한 것, 가져간 사람 쫓아 다니려면, 호텔 문을 닫이야 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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