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10월30일자 4면기사에
저를 소개한 글이 있기에 여기에 옮깁니다.

야생초-시 벗삼아 아이들에게 자연교육 
[이야기 기사] 자연을 노래하는 ‘농막시인’ 이근구 씨
 
 2009년 10월 30일 (금)  안영옥 
 
 
   
▲ 이근구 시조시인이 농막 생활의 벗이 돼주고 있는 야생화 ‘쑥부쟁이’를 돌보고 있다. 안영옥
퇴직 후 시인 활동 홍천 초교생에 시조교육 (사진 생략)

10년간 들꽃심기·수용소에 꽃 전달 봉사도


‘진득하고 폭삭폭삭한 호미질 소리/굳지도 헤실하지도 않은/뿌리 뻗기 수월하고 올곧게 서기 편한/그런땅이 되도록 손질하는 나의 하루/…/나도 유순한 흙을 닮아/온갖 생명 힘찬 푸름으로 솟게 하고/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들꽃 같은 시를 모종하는/그런 순리의 길을 가고싶다’(‘흙의 마음’ 중)

흙과 꽃에 취한 시인 이근구(73)씨의 시조 ‘흙의 마음’ 중의 일부다.

대지, 그리고 흙은 이로움으로 만물을 길러 내고도 재능을 자랑하지 않고, 두터움으로 만물을 포용해도 공덕을 떠벌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은 흙을 동경하고 산과 들, 꽃을 벗삼아 살아가는 ‘농막 시인’의 길을 자처했다.

이씨는 2002년 홍천초교장을 끝으로 40여년간의 교직생활을 매듭지었다. 퇴직 후 남들처럼 편하게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이씨는 춘천시 신북면 유포리 마적산밑 아담한 농막에서 TV와 인터넷 등 문명의 이기를 외면한 채 자연에 기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60년대에 교육발전을 위해 미쳐 있었다면 70∼80년대에는 야생화에 재미를 들여 이곳저곳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90년대부터는 시조를 통해 문학의 뿌리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력이 말해 주듯 그의 작품 속에는 자연과 언어가 교차해 무늬를 이루고 있다.

‘마적산/병풍 바위/저녁 노을 꽃 물 들면/낙조 떠난/농막에는/화악산이 내려 앉고/설록향/비발디에 취해/눈썹달도 행복하다’(‘황혼의 농막’)

농막 생활에서 가장 큰 벗이 되는 것은 바로 시인이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는 ‘들꽃’이다.

그동안 구곡폭포, 청평사, 김유정문학촌, 연화마을 등 춘천지역 곳곳에 옮겨다 심은 야생화만도 4만 포기가 넘는다. 10여년 전부터는 춘천 우리꽃 사랑 회원으로 활동하며 매년 6월 6일 들꽃 심기를 해오고 있다.

이씨는 “전쟁통에 포로수용소 생활까지 하며 이름 없이 죽어가는 무명용사들을 지켜봐야 했다”며 “점점 사라져가는 야생화가 그때 죽어간 젊은이들의 처지같아 매년 현충일마다 그들에게 꽃다발을 주는 심정으로 꽃을 심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농막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씨가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 반평생 넘게 해 온 교직 생활 덕분에 몸에 배어버린 ‘가르침의 기쁨’이다.

이에 올해 초부터는 도 교육청에 제안해 홍천 오안초교에 시조교육을 시범 실시해오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만나는 시조 새싹들은 ‘농막시인’의 새로운 기쁨이다. 이씨는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이 시조를 써 내려가는 것을 볼 때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조집 ‘초록물감 칠하기’를 발간해 도 교육청에 기증했다. 이 시조집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엮어낸 것이다.

내년 초에는 야생초를 가꾸며 틈틈이 써 온 작품을 모아 시조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시와 자연, 교육에 대한 이씨의 열정은 고희를 넘긴 지금도 ‘진행형’이다.

안영옥 okisoul@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