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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21 14:42
 조회 : 5,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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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虞(당우)를 어제 본 듯 漢唐宋(한당송)을 오늘 본 듯
通古今(통고금) 達事理(달사리) 하는 明哲士(명철사)를 어떻다고
저 설 데 歷歷(역력)히 모르는 武夫(무부)를 어이 쫓으리.
성종조 때 영흥부 기생 笑春風(소춘풍)의 시조다. 한 번 더 풀이 한다면 이렇다
요순 태평 시대 어제 본 듯 한당송 시대 오늘 본 듯
예부터 사물 이치 밝으신 선비를 그냥 두고
제 분수 똑똑히 모르는 무사를 어이 내가 따르리.
소춘풍은 조선조 여류 시조인으로는 가장 먼저 등용된 인물이다. 황진이 보다는 사십여 년 전에 이미 등단한 셈이다. 지금에서 따져보니 같은 조선 기생으로 기록 되지만 당대로 치자면 사십 년 선배 격이니 황진으로서는 언감생심 쳐다 보지도 못할 대 선배 격 이다.
아무튼 그는 성종 때 기녀로서 문필을 날리다가 24 살 꽃다운 나이에 요절 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깝기도 하거니와 지금 같으면 유명 여배우 하나 자살 소동 일어나는 것 못지 않은 사건이리라,이 시조는 영흥부(지금의 함경남도 영흥군)의 기생으로 조정의 문무백관이 다 모인 연석상에서 문신을 높이고 무신을 깔아 낮추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당연히 무신의 노여움이 있었으리라.
그러자 소춘풍은 당장 그 자리에서 이런 시조를 또 한 수 지어서 가락에 실었다고 한다.
前言(전언)은 戱之耳(희지이) 라 내 말씀 허물 마오
文武一體(문무일체) 인 줄 나도 暫間(잠간) 아옵나니
두어라 赳赳武夫(규규무부)를 아니 쫓고 어이리
다시 한 번 풀어 옮겨보면 이렇다
앞 말씀 농담 이오니 내 말씀 허물 마소서
문무가 같은 줄 나도 조금 아옵니다
어째서 용맹스런 무사를 아니 따를 수 있겠습니까
문신과 무신을 한 석상에서 갖고 놀았다고 할 만큼 뛰어난 문장 실력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기생으로서의 간사함에 뭇 사내들의 오금이 저려왔으리라. 그렇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면서 해학적 문장력을 발휘했지만 가장 먼저 나온 기녀라는 것 외에 중국의 고사를 응용한 것만 보아도 그의 학식을 짐작할 수 있겠다.
또 한 편
齊(제)도 大國(대국)이요 楚(초)도 亦(역) 大國(대국) 이라
조그만 螣國(등국)이 間於齊楚(간어제초) 하였으니
두어라 이 다 좋으니 事齊事楚(사제사초) 하리라.
풀어보면
제도 큰 나라요 초도 역시 큰 나라다.
조그만 등국이 제 나라와 초 나라에 끼었으니
차라리 다 좋은 일이라 제도 섬기고 초도 섬기리라.
소춘풍이 앞의 두 시조를 뽑고 나서 분위기가 좀 어색했던 지라 즉석에서 다시 이런 가락을 한 수 더 뽑아 분위기를 일신하고 화기애애했다는 말인데
춘추 시대의 제 나라도 대국이오 초 나라도 대국인 것을 문신과 무신에 비유하였고, 그 두 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조그마한 등국을 자기 자신에다가 비유하였다.
연석에서 이를 지켜 바라보던 성종께서도 매우 흡족해 하시고 비단과 호피를 상으로 내렸것다. 감히 임금님 앞에서도 담력과 함께 재치를 맘껏 부리는 文藝(문예)를 떨쳤다고 한다.
시조 역사에 남을만한 얘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옛 이야기를 함께 더듬어 읽으면 고전의 맛은 더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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