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

출품자 : 권천학

 ▣ 수옹(睡翁)

자는 듯 깨어서도 마음을 모아가면

혼곤한 졸음 속에 떠있듯 솟는 세상

올곧게 살아내는 길 실눈 뜨고 감친다

▣ 도(道)

-정여창(鄭汝昌)선생을 생각하며

흔들고 흔들리며, 바라고 바라보며

잔잔한 바람결에 잔잔히 들려오는

종소리 울려 퍼지듯 귀에 서린 죽비 송

세상사 바뀌어도 인간사 안 바뀐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 헤쳐 가며

어둠속 길 찾아주는 세상살이 나침반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길손에게

뜬세상 건너가는 한줄기 빛 가닥이

해무에 덮인 풍랑길 밝혀주는 등대 불

작아진 벌레처럼 한없이 몸 낮추고

없는 듯 창창하고, 있는 듯 여여하니

오롯한 걸음걸이로 건너가라 세상사

《은상》

출품자 : 정용현

▣ 두견새 울다

무오년 피눈물은 종성에 노을 되고

갑자년 봄날 밤에 두견이 슬피 울다

함양골 진달래 되어 이 산 저 산 수놓네

▣ 일두 선생을 기리며

​

성리학 선두에서 주춧돌 놓으시고

세상을 옳게 끌고 정도를 걷던 생애

만감의 수레바퀴길 가슴 찢던 무오년

​

오롯한 외길 충정 뚜렷이 남긴 자취

광풍의 깃발 아래 천년학 날개 꺾여

숨죽인 통곡소리가 강물 되어 흐르네

​

고고한 백세청풍 격랑을 헤친 족적

올올히 새긴 혼불 떠 오른 동방오현

스스로 낮추신 덕행 북극성이 되셨지

​

​

《동상》

출품자 : 심성보

▣ 농월정(弄月亭)

농을 건 푸른 달아 남계로 내려가서

문헌공 행적 찾아 세계관을 띄워 봐

만추는 너럭바위에 시절가를 새기느니.

▣ 남계서원(濫溪書院)

상림을 애돌으니 우뚝한 남계서원

간만에 찾아와도 그윽한 고색일세

시절은 진창이라도 끌 수 없는 이기설.

오현이 닦은 길은 천년을 수절하고

두류산 굽이굽이 민초를 사랑했네

낙향은 탐관을 몰라 귀감이다 했어라.

못난 이 그 군주가 문헌을 불태워도

청사에 회자되는 충효의 참 선비라

후학은 그 뜻을 따라 펼쳐 즐겨 하외다.

《동상》

출품자 : 한다혜

▣ 남계서원

이팔월 향사봉행 연면히 맥을 이어

중건과 별사 건립 남계서원 훤칠한데

반듯한 유림의 덕행 오늘 더욱 느껍다

▣ 문헌공 제향

동국의 성현으로 성리학을 연구하여

열일곱 시묘살이 삶 그대로 효행일세

도학에 깃든 인품을 나랏님도 반기더라

세자의 스승으로 왕도정치 반듯하나

무오사화 연루되어 종성에서 서거하니

승안산 운구제자는 소학가례 실천하네

일두의 큰마음은 어진 백성 마음이요

십여 조문 널리 펼쳐 후학을 가르치니

동국의 십팔성현의 위민정치 본보기라

일국의 사상가로 체용에 밝은 조예

그 누가 사림정치 근본을 꿰뚫었나

문헌공 제향의 뜻을 용현향이 알까나

《동상》

출품자 : 박한규

▣ 남계서원 배롱나무

강골의 흰 뼈대로 그예는 지핀 등촉

풀무질 염천이면 더욱 더 타오른다

귀먹고 눈먼 세상을 잉걸불로 밝히려

▣ 사표(師表)

-일두 정여창

사초 속 기억 하나 얼럭도 숨이 겨워

누마루 좌정하고 정제한 서릿발 얼

선비의 벼린 벼리가 서슬보다 퍼렇다

머리맡 드리우던 조선의 어둔 하늘

덕행의 곧은 학문 혼으로 가다루고

사화의 왜바람 속에 여위어진 그리움

신원된 시간 앞에 당대를 증언하며

가슴 속 반포지효 머무른 정려(旌閭) 너머

맵고도 시린 사표로 교교하게 서려있다

《동상》

출품자 : 김재덕

▣ 남계일송(灆溪一松)

남(南)으로 굽이 도는 고절(孤節)을 바라보며

일두선생 기상이 된 웅혼(雄渾)의 장송(長松)이여

풍영루 문을 넘어서 온천지에 지고(至高)하라

▣ 이현동행(二賢同行)

이보시게 한훤당 벗이 없어 허하셨나

종성에서 넋이 되어 고향 땅에 묻혔는데

그대와 동행하라고 누운 사람 일으키네

무오년 모진 바람 채 씻지도 못했는데

갑자년 한설 한바탕 상처가 또 찢겼네

기왕에 일어선 인연 어깨 걸고 가보세

점필재 앞서신 길 뒤 따라 가는 걸음

동문수학 그대와 나 함께 갈 길 아니겠나

점점이 찍힌 발자국 꽃이 되어 피리니

세월은 바다에 닿고 역사는 하늘에 닿아

후학들 우릴 받들어 오현(五賢)이라 제향해도

솔송주 한잔 받게나 난 이붕(二朋)이 더 좋다네

《동상》

출품자 : 벼리영

▣ 일두유집(一蠹遺集)

조선조 빛난 큰 별 위민(爲民)을 꿈꾼 학자

성리학 받든 일생 후학들 뒤를 잇듯

대가가 남긴 시문집 오현(五賢)으로 불리다

▣ 일두선생 묘지에서

곧고도 곧은 선비 스승의 책무였나

구국의 신념으로 백성을 위한 선택

함경도 유배지 그곳 어찌 그리 가셨나

하늘도 무심하게 성리학 대학자를

두 번을 죽게 했던 오욕의 부관참시

우의정 추존된 그날 그가 다시 오셨네

후학이 남긴 시조 서원에 꽃핀 소리

창 소리 담을 넘어 구름을 타고 앉아

봄비를 내리는 건가 벚꽃길을 만든다

《동상》

출품자 : 김도연

▣ 개평한과 

이팝꽃  날아들듯 속가슴  부푼 여정

장작불  파란 기운 돌 위에  온몸 펴듯 

풍성히  빚은 알맹이 자갈자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