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민서 신부 이야기 - 

 

[서울톡톡]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신부인 박민서 신부를 만나고자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천주교농아선교회를 찾았다. 마침 찾아간 시간이 미사 시간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성당은 150여 명의 청각‧언어장애인 신자들로 가득했다. 미사의 모든 과정은 수화(手話)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 천주교농아선교회는 천주교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 소속으로 청각‧언어장애인 신자들을 위해 수유동 수녀회의 건물을 임대하여 20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 처음엔 일반 신부가 수화로 미사를 진행해왔지만 2007년부터 같은 청각‧언어장애인 박민서 신부가 맡아 해오고 있다.

 

얼마 전에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성당을 신설하였고 천주교인천교구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을 신설한바 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는 삼중 장애를 가진 헬렌켈러 여사는 보이지 않는 것은 사물과의 단절이지만 들리지 않는 것은 사람들과의 단절이기에 그 고통은 더 크다는 명언을 남겼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침묵 속에 외톨이가 되는 외로움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사가 끝난 후 청각‧언어장애인 박민서 신부와 수화(手話) 통역으로 인터뷰를 하려했으나 자기 일생에 대한 자료가 있으니 그것으로 대신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소중한 자료 중 어려웠던 신부 수업과정에 대한 것 위주로 소개한다.

 

'2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고 중학교까지 일반학교를 다녔지만 그곳에서 나의 장애를 절실히 느끼면서 고등학교는 청각장애인학교로 진학했다. 80%가 개신교 신자인 급우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집전하는 청각장애인 목사님을 보고 신부가 되기를 결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가톨릭신학교는 물론 신부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었다.

 

7년을 기다린 끝에 아버지 신부님과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낮선 땅 미국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영어와 영어 수화를 동시에 배워야 했다. 철학공부를 마치고 뉴욕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신학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학장신부님으로부터 사제의 가능성이 없다는 사유로 학업이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런 시련 속에 다행스럽게도 나는 세인트존슨신학대학원에서 신부수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년 동안 준비한 논문이 불합격으로 또 한 번의 꿈이 좌절될 위기를 맞았다. 이런 나에게 극복의 힘을 준 것은 무사히 신부수업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잊지 말라는 아버지 신부님의 회신이었다. 용기를 내 다시 재도전하여 6개월 후 통과하여 10년 만에 미국유학생활을 마쳤다.'

 

그는 귀국 후 서울가톨릭신학교에서 3년을 더 공부하고 2007년 7월에 사제품을 받았다. 이로서 세계 14인의 청각장애인 신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현재 서울은 물론 지방과 해외에서도 청각장애인 신자들을 위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목활동은 미국신학교에서 공부한 영어수화와 영어 덕분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박민서 신부는 자기를 청각장애인들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천주교농아선교회에서는 가톨릭신자가 아닌 일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수화 연구도 하고 있다. 가톨릭신자들은 일요일 정오와 수요일 오후 2시에 수화로 진행되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다. 임대한 성당이 좁아 더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청각장애인성당 건립기금 모금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문의 : 02)995-7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