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문학상 시상 내용 일부

2017년 제20회 이화문학상 심사평

전통시조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시조의 정격을 추구한 작품

이정자 시조집 『아버지의 산』

올해 이화문학상 후보작으로 시 소설 수필 장르에 걸쳐 5권이 올랐다. 모든 작품들에서 작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이화문인들의 높은 문학 역량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 두 심사위원은 5권의 후보작을 놓고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끝에 이정자시인의 시조집 『아버지의 산』(국학자료원, 2017)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아버지의 산』은 작가의 제9,10시조집을 묶은 작품집이다. 제9시조집은 ‘아버지의 산’을 제10시조집은 ‘전원일기’를 부제로 달고 있는데 수록작 대부분이 오랫동안 시조창작에 매진해 온 작가의 작품답게 높은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자 시인의 시조집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작가의 시조에 대한 고집이다.전통시조 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형식의 문제다. 자유시와의 경계를 허무는 지점까지 나아가는 현대시조의 경향을 감안할 때, 시조의 정격을 한결같이 추구하면서 외길을 걸어가는 작가의 행보는 현대시조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이번 시조집에 실린 작품들이 지니는 예술성이다. 작가는 「시어를 낚다」라는 작품에서 “시심을 깨우려는 간절한 바람에서/시혼은 절벽 앞에 죽장처럼 곧추서서/ 자연의 곳집을 열고 신선한 시어 낚는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렇듯 이번 시조집은 절벽과도 같은 황폐한 현식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 비판하면서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계를 따뜻한 시혼과 정결한 시어로 빛나게 그리고 있다. 그럼으로써 시조가 줄 수 있는 감동의 영역을 그 깊이와 넓이의 측면에서 최대한으로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그 동안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한영시조 및 번역시조를 왕성하게 발표해 온 바 있는데 시조의 세계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이번 시조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자 시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현대시조 창작에 관심과 애정을 갖기를 그럼으로써 시조문학의 미래에 나아가 한국문학의 미래에 더욱 큰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장경렬(서울대 영문과 교수, 평론가)

심사위원 문흥술(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