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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연현상도 변하고 우리의 마음 또한 수시로 변한다. 주위 환경 요건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삶이다. 주위 정세도 변하고 환경은 변했는데 이에 따르지 못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 개인은 불행하다.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역사 속 인물들을 보아도 그렇다. 적절히 따라주고 적응하면 그런대로 삶을 누린다. 그러한 삶을 이어간 영화 ‘인생’의 ‘富貴’를 만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중국은 경제회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중국의 인민들은 매우 힘든 삶을 살아야만 했다. 영화 <인생>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루는 1940년대,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그 이후의 주요 사건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살피면서 남자 주인공 ‘富貴’의 변화를 통해 중국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민들이 겪은 힘든 삶의 역정을 읽을 수 있다.

 2. 40년대; 내전 

영화의 첫 장면이 주인공의 앞길을 예시하듯 도박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주인공 ‘富贵’의 인생사 내지 그 가정의 가족사와 중국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적응해 가는 인민들의 모습들을 통해 제목이 示唆하듯이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새겨보게 한다.

40년대 중국 한 마을의 대지주였던 ‘富贵’는 도박에 빠져 아내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다. 아내 ‘家進’은 남편의 도박을 말려도 듣지 않자 임신한 몸으로 딸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떠난다. ‘富贵’는 도박의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도박에 빠졌다가 집을 날리게 됨을 알고 실성한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 올 때 아내가 마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게 된다. 회한의 눈물을 흘린들 시간은 지나갔다. 이틀 후 집은 넘어갔다. 그의 부친은 ‘이 집에서 죽음을 맞으려 했는데 ...’하며 졸도하다가 화병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한 가장의 잘못으로 가정은 風飛雹散 되었다.

‘富贵’는 병든 모친과 둘이 남았다. 먹기 살기 위해 장사를 할 생각으로 도박에서 이겨 자기 집을 차지한 ‘롱 에루’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갔는데 ‘롱 웨이’는 자기가 직업으로 했던 그림자 극 도구를 빌려 주었다. ‘富贵’ 는 그림자극으로 생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家進’이 돌아왔다. 새로 낳은 아들과 딸을 데리고 -. 남편 ‘富贵’는 너무 좋아했다. ‘家進’은 남편이 도박을 안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 많은 재산을 잃은 것 보다 가난해도 도박을 안 하게 된 남편을 택한 것이다. 중국인의 부부관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즈음은 아닐 것으로 본다. 경제는 어렵지만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열심히 오순도순 살아가는 어느 날 그림자극을 하는 도중에 군인들(국민당)이 들어 닥쳐 ‘富贵’와 ‘春生’이 전장으로 끌려갔다. 집에는 알리지도 못하고. 전장에서 ‘富贵’와 ‘春生’은 그림자극으로 군인들 사기를 돋우는 역할을 하였다.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군인들은 시체로 가득 누워 있었다. 공산당과의 싸움에서 국민당이 패한 것이다. 이후 인민해방군에 투항해 ‘그림자극’으로 혁명에 참여했다가 ‘春生’은 공산당 군인으로 남고 ‘富贵’는 혼자 도망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마을은 변하였다. 집집마다 붉은 기가 꽂혀있었다. 공산당이 접수한 것이다. 집 앞에서 딸 ‘펑시아’를 만났다. ‘펑시아’는 말을 못했다. 아내와 재회했다. ‘남편이 국민당에 잡혀 가던 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은 7일간의 열병 끝에 벙어리가 되고 그간 당(공산당)에서 도와서 살았다’ 한다. ‘富贵’는 ‘그림자극’을 하며 온 가족이 오순도순 환경에 적응하여 열심히 살아간다.

‘富贵’의 집을 차지한 ‘롱 에루’는 ‘走資派’로 몰려 처단되었다. 이를 본 ‘富贵’ 는 도박으로 집을 잃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평범한 인민이 좋아’라고 만족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만사 새옹지마’이리라. 자기가 죽을 것을 ‘자기 집’을 차지한 ‘롱 에루’가 죽었으니 말이다. 

3. 50년대 ;대약진 운동 

5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약진 운동이 전개되었다. 철강증산운동과 식량증산 운동이다. 철강증산 운동이 전개되면서 각 가정에서의 쇠붙이는 당에서 다 거둬갔다. 쇠솥까지도 바쳐야 했다. ‘솥이 없으면 밥을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공동식당에서 다 해결된다는 것이다. 벙어리가 된 ‘펑시아’는 동네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동생 유퀸은 공동식당에서 그들 중 한명에게 보복을 한다. 이를 본 그 아이 아버지가 유퀸의 가정교육을 문제 삼자 ‘富贵’가 애들 장난이라며 가볍게 얘기하자 그 아버지가 “대 식당 파괴는 대약진 운동 파괴”라는 말에 ‘富贵’는 아들 유퀸을 혼낸다. ‘대약진 운동’은 당의 사업이다. 이에 방해를 가한다는 것은 당을 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사상검증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이를 감지한 듯 ‘富贵’의 행동은 급변하여 어린 아들이지만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강하게 나무랐다. 아내인 ‘家珍’은 남편의 행동을 말렸다. 지나칠 정도로 아이를 혼내준 데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아빠를 멀리했다.

‘富贵’는 그림자극을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유퀸이 엄마와 음료수에 식초를 넣어 아빠를 골려주는 장면도 나와 아빠와의 화해를 해 주려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밤낮으로 진행되는 강철 제련작업을 따라다니던 유퀸(有慶)이 전날 잠을 못 잤다며 잠에 취해 있었다. 그 때 학교에서 인민 위원장이 방문한다는 전갈이 왔다. 유퀸은 가기 싫어한다. 아빠는 위원장이 온다는 말에 가기 싫어하는 유퀸을 업고 학교로 간다. ‘가면서 병아리가 자라면 거위가 되고 거위가 자라면 양이 되고 양이 자라면 소가 되고 소가 자라면 공산주의가 되지’ 라는 말을 아들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리라. 보다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공산주의에 대한 희망이리라.

뜻밖의 전갈이 왔다. 유퀸이 인민 위원장의 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이다. 차가 벽에 부딪쳐 무너진 벽에 깔려 죽었다. 엄마도 아빠도 놀라서 달려간다. “학교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며 엄마는 절규한다. 아이를 묻고 “이제는 영원히 잘 수 있어”한다. 그 때 위원장이 왔다는 전갈이 왔다. 그 위원장은 바로 ‘富贵’와 함께 ‘그림자극’을 하다가 국민당 군인에 끌려갔던 바로 그 친구 ‘春生’이다. 기막힌 인연이다. 갖고 온 조화도, 건네 준 보상금도 받지 않고 빨리 눈앞에서 떠나라고 자식을 잃은 부모는 호통 친다. ‘春生’은 평생 빚을 졌다며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섰다.

여기서 잠간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대약진운동’에 대해 영화와 연결시켜 살펴보자. 1950년대 후반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련의 지원 없이 자력갱생의 방침에 따라 공업과 농업 부문의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것이 전 국민적인 ‘대약진운동’이다. 여기에는 ‘철강증산운동’과 ‘식량증산운동’이 있다. 결국 둘 다 실패로 돌아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추진된 ‘철강생산운동’은 영화에서 보듯이 가정 내 쇠붙이와 땔감 등을 무리하게 공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농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다. 이렇게 거두어들인 쇠붙이로 생산된 철강도 불량품이 대부분으로 판명되었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의욕만 있었지 기술과 재료가 부실했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철강을 리어카에 싣고 와 축제하는 분위기를 띠우기도 했지만 실패로 끝난 사업이다. ‘식량증산운동’ 또한 생태계의 무지에서 온 재앙을 낳았다. 무지한 ‘참새소탕운동’이란 잘못된 정책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되었다. 결국 대약진운동은 전국적으로 약 3천만 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대화 장면으로 구체적으로 영화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