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용암 마그마가 굳어진 바위는 수수만년 세월을 거쳐 모래가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한다. 일상적인 너와 나의 만남에서부터 책을 통하여 사회생활을 통하여 여행을 통하여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며 사고의 힘은 길러진다. 인생관이 밝아지고 철학관이 생기고 세상과 우주를 바라보는 안목도 넓어진다. 아울러 사고의 깊이 또한 풍성해진다. 이러한 것들이 창작의 바탕이 된다.
한 개의 모래알도 똑같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하라는 플로베르(Flaubert Gustave, 1821-1880)의 말처럼 사물을 관찰하는 예지의 눈을 가지고 모래의 여정을 관찰하고 상상하여 빚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조 작품이다.
바위가 수수만년을 지나 모래알이 되기까지 그것도 반짝이는 바닷모래 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과 시련이 따랐을까 ...
첫째 수에서는 바다까지 닿은 모래도 밀물과 썰물에 부대끼며 갈고 닥기어 반짝이는 모래알을 꿈꾸고
둘째수에서는 명산의 큰바위도 세파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작은 모래알로 석양에 반짝이는 모습을
셋째 수에서는 억겁을 건너와 본모습 다 사라지고 작은 모래알로 변한 것이 ‘시공을 사려 안은 성자 거룩하게 빛난다.’로 표출했다. 시예술에서 시인의 사유는 자유이다.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의 영역을 넓혀 상상의 세계로 초월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시의 세계이다. 이를 칸트는 시인에게 주어진 ‘초월적 자유’라고 했다.
모래의 여정에서 바위의 최종 목표가 바닷가 반짝이는 모래알이 되는 것으로 ‘시공을 사려 안은 성자’라 했으니 곧 시인은 수수만년 갈고 닦아 본래의 자신은 온전히 버리고 거듭나는 삶, 성자의 모습으로 석양에 반짝이는 모래알을 본 것이다. 누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인만이 가능한 것이다. 곧 시의 공간에서 시인에게 주어진 초월적 자유이다.
결국 자신을 버리고 거듭난 새로운 삶이 목표이다. 만물이 다 그렇다. 하나하나 주위를 살펴봐도 사람도 생물도 무생물도 그대로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세월 풍우설상 지나며 다 변하고 거듭나고 새롭게 태어난다. 그것이 만물의 상이다.
본 시조는 모래의 여정을 통하여 우주 삼라만상의 세월과 변화와 거듭남, 인생의 과정까지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시상의 함의를 생각할 수 있는 격조 높은 시조 작품이다. ♣
(시조문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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