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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13 00:23
다시 가꾼 師苑 - 졸업 60주년 기념문집을 보며
 글쓴이 : 慈軒 이정자
조회 : 153  

다시 가꾼 師苑     - 졸업 60주년 기념문집을 보며


졸업 60주년을 맞았다. 졸업 60주년 기념문집을 만든 학교가 있을까 싶다. 그것도 고등학교이다. 하긴 일반 학교와는 다른 사범학교이니 가능했으리라고도 본다. 그래도 장한 일이다.

 처음 졸업 60주년 기념문집을 만든다고 작품을 내라고 할 때 뭘 낼까 망설이다가 최경창과 홍랑의 사랑 이야기’, 제목 왈 사랑은 시공을 넘어를 제출했다.

 우린 졸업 50주년도 성공한 남자 동기들이 많아서 대구 그랜드 호텔에서 거창하게 했다. 난 미안하게도 졸업하고 전체 동창회는 처음 참석했다. 재경 동창회도 잘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니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런데 60주년 기념문집을 보고 또 내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란 걸 알게 되었다.

 각 분야에서 각자 탑 하나씩 세운 것을 보고 동창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남자들이야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를 비롯해서, 시장도 있고, 별을 몇 개씩 단 장군들도 있고, 교수들도 있고, 기업의 대표도 물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나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여동기들이 있어 놀랐다. 물론 서예가 류영희와 걸스카웃 대장 이영희와 그 외 교장 출신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은 알았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화가, 합창 지휘자. 스포츠 지도자. 피아노 교실 운영자. 영어 스피치. 영어 수필 ... 등등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도 야간 대학 또는 방통대학을 나와 대학원까지 하여 자기 특기와 특성을 살려 각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음에 놀랐다. 모두들 글도 작가 못지않게 잘 썼다. 가로 18cm 세로 25.5cm 352면 부피의 기념문집이다. 표제는 다시 가꾼 師苑’ ‘師苑은 대구사범 교지 표제였다. 졸업생은 입학 할 때 남녀 각 100, 200명이었다. 특차이기에 물론 경쟁률은 높다. 졸업 명단을 보니 200명이 넘었다. 아마 전학생인가 보다. 사범학교끼리는 전학이 되는 것으로 안다.

 나 역시 2학년 말에 우리 집이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그때 서울 사범으로 전학을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싫어서 전학을 안 하고 혼자 대구에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찌 그렇게 혼자 있었을까도 싶다.

 나는 대구에 혼자 있으면서 진학 공부를 했다. 오빠 영향으로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다. 잠은 4시간, 아침은 간단히 먹고 학원에서 아침 공부를 하고 학교에 갔다. 사범학교라 진학공부는 물론 혼자 해야 했다. 사범학교는 제2외국어도 없다. 그런데 서울대 문리대 시험과목에는 제2외국어가 있었다. 그래서 안사균 독일어로 공부했다. 서울대는 수학시험이 어려웠다. 학교 시험은 수학 100점을 맞아도 서울대 시험은 어려웠다. 당시 이대 시험지는 수학도 영어도 쉬웠다. 사범학교 교육으로서는 수월한 시험지였다. 몇 년 전 이문회 야유회 때 버스안에서 김소엽 시인이 자기는 대전사범을 나왔고 사범학교 교육은 전인교육이므로 이대 시험은 수월하게 칠 수 있어서 영문과에 갔다고 자기소개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난 혼잣말로 맞아 쉬웠지. 나도 그때 이대 영문과로 갔으면 될텐데 ... 독일어까지 하느라고 그 고생을 하며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목표로 코피를 흘려가면서까지 공부했으니 ... ...’ 그 때 내 친구 B와 함께 서울대에 가서 둘 다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우린 다 같이 재수를 하기로 했다. 난 서울에서 EMI도 다녔고, 상록학원 종일반도 다녔다. 상록학원 종일반은 거의 서울대 목표 재수생이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입시 준비에서 8월에 교사 발령이 났다. 가장 중요한 나머지 시간인데 ... 91일자로 부임지에 가야 되는데 난 가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맡기셨다. 그런데 당시 현직에 있는 4촌 오빠가 강력하게 나를 학교로 가게 했다. 안가면 3년간 받은 관비(官費)도 반납해야 되고 교사 자격증도 반납해야된다고 ... “사범학교에 갔으면 교사를 해야지 여자 직업으로선 제일 좋다... 대학을 졸업해도 그만한 직장 못 구한다......” 간곡히 연이어 편지를 아버지와 나에게도 보내니 결국 25일이 지나 대구에 가서 4촌 오빠가 나를 데리고 부임지 학교에 갔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께 나를 잘 부탁했다.

 발령을 받고 부임지로 갈 때 물론 공부할 책을 가득 싸 갖고 갔다. 공부하기 위해서 ... 계획에는 좀 어긋나고 불편은 해도 학교 앞에서 하숙을 했다. 그런데 그해 대학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5.16 혁명 후. 1회 대입국가고사이다. 겨울 방학때 시험이 있었다. 나는 경기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모두 선다식 시험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난 2월에 다시 근무학교로 갔다.

 대입 원서 접수를 해야 되는데 집에서 합격증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전화가 없던 시기. 1962, 2-. 대구사범학교로 합격증이 간 줄 알고 학교로 갔다. 합격증이 안 왔다. 그날 밤차로 서울 집으로 갔다. 집에서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합격증을 보냈단다. 이를 어쩌랴? 나와 합격증이 상치되었다. 가고 오고 시간이 없다. 결국 원서를 대학에 접수 시키지 못했다. 울며 불며 ...... 나는 근무지 학교로 갔다. 얼마가 지난 후 집에서 연락이 왔다. 이화여대에서 2차로 학생들을 뽑는다고 ... (*1962, 첫 국가고사 때는 서울대도 이대도 미달과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대 기독교학과로 가게 되었다. (내 친구 B는 영문과에 합격했다) 입학 후 신학, 철학 과목이 재미있고 좋았다. 덕택에 장학금도 받았고 유학의 꿈도 꾸며 영어를 많이 했다. 크리스마스때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 주신 영국인 서트러더스 교수님, ‘사리를 입으신 인도인 아브라함 교수님에게서 단테의 신곡신약전서를 원서로 배웠다. 서광선 교수님은 갓 미국에서 돌아오셔서 재미작가 김은국의 순교자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우리 학생들과 함께 원서로 리딩했다. 덕택에 문교부 유학시험에도 합격했다. 미국대학에서 요구하는 미시간테스트를 1주일 앞두고 내가 쓰러졌다. 9월 학기에 가기로 서류접수가 다 완료된 상태인데 ...... 결국 건강이 유학의 길을 막았다.

 결혼 후 다시 학문에 도전하면서 유학을 가지 않고도 대학강단에 설 수 있는 길은 국문과였다. 그래서 국문과로 전과해서 월하 이태극 교수님의 제자가 되어 시조시인이 되었고, 전규태 교수님을 통해서 평론가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석 박사 논문을 쓸 때 그 이론적 배경은 다 학부때 배운 것이다. 고산 시가의 미학적 연구(75.석사 논문)한국시가의 아니마 연구(박사논문)이다.

 졸업 60주년 기념문집을 보니 감개무량(感慨無量)하다는 단어가 생각난다. 60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공부에 매진했던 그 시간들이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때 이루지는 못했지만 추억은 아름답고,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이루어진다는 것을 되새겨본다. 고등학교 때의 꿈 영문학은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고 방송통신대에서 이루었다. 재미있게 공부했다. 덕택에 지금은 시조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이대동창문인회 연간 수필집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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