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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9-20 13:33
 조회 :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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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세계화를 꿈꾼다
- 이정자(시인, 문학박사) -
한글학회 100년 역사에 한글은 세계기록유산에 기록되었으며(1997), 10대 국제공용어에 채택되는 등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거기에는 물론 한글 학자들의 많은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그 중에서도 첫 단추를 잘 끼운 주시경 선생의 공이 으뜸일 것이다.
주시경선생은 1914년 39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국문학자이다. 갑오경장과 한일합방을 겪은 근대화의 소용돌이와 일본침략이라는 민족의 수난 속에서 오직 국어 연구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선생은 국어의 발전이 민족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는 것을 느끼고 국어연구와 그 발전에 몰두했다. 한글 전용을 외쳤고, 국어 순화를 실천에 옮겼다. 오늘날의 한글학회의 모태인 국어연구학회도 1908년 8월 31일 주시경 선생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올해가 한글학회 100주년이다. 그 기념식이 지난 8월 30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국제학술회의로 열리기도 했다.
이제 한글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이 되었다. 현재 64개국 742개 대학이 한글을 가르친다. 한국어능력 시험을 치르는 외국인이 작년에 7만 2000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글학회 100주년을 축하하며 이 자랑스러운 한글의 세계화에 우리말과 글을 가장 미적으로 살린 우리 시조도 세계에 알리자고 조심스럽게 타진해본다. 일본의 하이쿠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것에 너무 소홀한 감이 든다. 시조에는 우리 역사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향가 속요 가사 등 여러 유형의 고시가가 있었지만 오직 시조만이 그 명맥을 이어 현대시조로 넘어 왔다.
1920년대 가람에 의한 이론적 배경과 더불어 육당의 [백팔번뇌](1926) 출간과 이어서 나온 [시조유취](1928) 출간을 계기로 정점으로 치달은 시조부흥운동은 노산 이은상의 [노산시조집]출간으로 현대시조의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투놀이>등 시조보급을 꾀하는 신문과 잡지들이 힘을 보태어 시조부흥은 결실을 맺어 오늘의 현대시조로 이어오고 있다.
시조는 3장 6구로 구성된 아주 완벽하고도 훌륭한 시형이다. 학교 다닐 때 시조 한·두수쯤은 다 외워보았을 것이다. 그 시조의 창작배경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유명한 <하여가>와 <단심가> 이방원과 정몽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황진이와 벽계수의 얘기며 홍랑과 최경창의 얘기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시조로 와서 이은상의 시조를 작곡한 <성불사>와 <가고파> 등을 즐겨 불렀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한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세영 시인이 미국 교환교수로 갔을 때의 경험담이다. 학생들이 한국의 시를 묻기에 한국의 명시라고 생각하는 시를 들려주었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순간 시조가 생각나서 시조를 읊어주었더니 학생들의 반응이 참 좋았다. 그 후 그는 한국에 돌아와 시조를 썼다. 그리고 2007년 현대시조 100년 기념으로 태학사에서 낸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에서 특별히 101번째로 자리를 받았다. 필자도 서점에서 특별히 낸 시조집이기에 사서 보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을 되새기며-.
시조는 우리 민족의 언어구조와 그 특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의 말은 대개가 2음절 3음절 4음절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성불사(3) 깊은 밤에(4) 그윽한(3) 풍경소리(4).
주승은(3) 잠이 들고(4) 객이 홀로(4) 듣는구나(4)
저 손아(3) 마저 잠들어(5) 혼자 울게(4) 하여라.(3)
이은상의 <성불사> 첫 수이다. 이를 보면 <2음절> <3음절>이다. 4음절은 2음절이 2개 모여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고, 5음절은 2음절과 3음절의 결합이다. 이러한 언어 구조로 이루어진 한국어의 특질이 시조의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 형태는 다른 어떤 언어로도 살릴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 시조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곧 한국어의 언어 구조가 <시조>를 가능하게 한다. 각 음절의 자수에 약간의 변화를 허용하는 것이 정형속의 절제된 자유이다. 우리 고유의 시조 형식을 고수하면서 현대 감각을 살리는 것이 현대시조이다.
한글학회 100년 역사에 한글이 세계기록유산에 기록되고, 10대 국제공용어에 채택된 기쁨을 온 국민이 맛보듯이 이제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한글 속에 넣어 세계화시키는 데도 힘을 좀 모으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 했다. ‘가장 한국적인 시조를 이제 세계화’시키자. 45자 내외(43~47)의 평시조는 간단하여 뜻을 전하기도 편하고, 운율이 있어 노래하듯이 읽혀져서 외국인들도 좋아한다. ♣♣♣
(조선일보 독자칼럼 200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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