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후, 포로가 된 여러 군상들 중,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택한 76명의 포로 들의이야기 중, 인도에 정착한 6명, 이제 남은 사람은 1-2명입니다. 그 중, 제가 인도 델리에 도착하기 전날, 4월 19일에 집에서 문을 꼭꼭 닫아 걸고 모든 곡기를 끊고, 술로 60년의 슬픔과 외로움을 안은 채, 한 병의 술병만을 남기고 시신으로 발견되었답니다.
우리는 아마도, 여러 사람들에게 읽힌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소설을 보셨을 것입니다.
“포로가 된 이명준은 포로교환이 있을 때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택한다. 그가 본 두 사회는 모두 환멸만이 있으며, 보람 있는 삶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를 말쑥하게 단장한 3천 톤의 선체를 진동시키면서 한 사람의 선객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지나해의 대기를 헤치며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흰 바닷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마스트에도, 그 주변 바다에도. 아마 마카오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
마지막 부분을 묘사한 내용이지만, 20세, 혹은 그 이하의 나이로 이데올로기를 선택하여야 했던, 그들, 76명은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떠났습니다.
그 6명 중, 돌아가신 지모, 현모씨와 이번에 돌아가신 최모씨, 또 거주지를 모르는 분등으로, 처음으로 제3국으로 인도를 택한 반공포로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모 종교 단체에서 보살핌으로 겨우 연명하시던 분이 몇 년 전, 같이 사시던 티벳 출신 부인과의 사별 후, 이 세상과의 인연을 자의적으로 놓으셨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인도 화장법으로 24시간 동안 장작 불 위에서 화장, 그들은 쇄골 하지 않은 습골한 상태로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지은, 타지 마할을 에 돌아 흐르는 영혼의 강 갠지스의 지류, ‘야무나’ 강에 뿌려졌다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바라나시’를 돌아, 온 인도의 북부 초원을 적시는 ‘갠지스강’을 보면서, 남지나 해를 지나면서, 돌아가신 분의 영혼이 언제, 그가 자라고 꿈에서도 잊혀지지 않았을, 고향 땅 앞에 올 수 있을까?
과연, 그가 택한 길이 옳았던 선택이었을까?
6.25, 60년을 맞아, 그를 그렇게 몰고 간, 이데올로기, 제3국을 선택해야만 했던 시대상황과 전쟁의 후유증, 비록, 인생의 4분의 1을 살았던 고국이지만, 망자에겐 얼마나 쓰라린 추억과 회한의 세월이었을까?
베트남전을 주제로 한 미국 반전 영화 ‘플래툰’의 마지막 독백,
“이제 다시금 돌이켜보면 우린 적군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습니다. 결국 적은 자신의 내부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나에게 전쟁은 끝이 났으나 남은 평생 동안 내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야 어찌됐든 거기서 살아남은 자는 그 전쟁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우리가 배운 것을 남들에게 가르쳐주고 우리들의 남은 생명을 다 바쳐서 생명의 존귀함과 참 의미를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백령도 앞 바다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의 아들, 동생들을 생각하며, 이데올로기나 종교적인 갈등, 첨예한 국익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생명의 고귀함을 알아야 합니다. 살아 있는 참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어깨까지 스며드는 음색이 우울과 슬픔으로 가득해집니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답답한 느낌입니다.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전쟁의 고통을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생명의 고귀함을 배우고 갑니다.
전쟁드라마의 부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46용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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