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귀한 시조 전문지를 내셔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립니다. 문예지는 어느 장르라도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하물며 가장 열악한 여건에 있는 시조의 경우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시조의 발전과 세계화라는 커다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시조, 영역 시조, 학술논문, 평론, 시조 감상 ... 등등 참으로 알차고 균형 잡힌 편집내용으로 시조 전문지의 모습을 선보인 [한국시조문학]지에 대하여 시조를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또 시조시인을 대표하는 협회이사장으로서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러한 기획은 또 한편으로는 시조의 현대시적 위상을 확보하고 독자와 좀 더 넓고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조 전문지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한 때 시조의 발표 지면이 부족해서 우리 시조시인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습니까? 그러나 여건이 이렇게 개선되니 반갑고 행복합니다. 아울러 기우이긴 하지만 잡지가 많아지면서 다른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어떤 잡지의 경우 경영 여건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마구잡이식 신인 양산을 한다거나 패거리 문학의 거점이 되어 문단을 어지럽게 한다는 얘기도 여러 장르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시조가 동시대의 어떤 시와도 공존할만한 문학적 가치를 가질 때 그에 상응하는 독자(연구자, 평론가, 시인, 일반 독자)와 문학사적 존재 의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싣고,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안내하고, 유능한 신인을 찾아내고, 숨어있는 훌륭한 시인을 소개하는 일을 『한국시조문학』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요즈음, 『다산어록』에서 본 ‘자연스러움’과 ‘여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시작(詩作)에서 시어를 정확하고 화려하게 구사하는 일은 노력하면 될지 모르지만 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표면에 다 표현하지 않은 많은 여운을 머금고 있다면 얼마나 멋진 시일까 하고요. 시조 또한 이와 같아서 짧은 시어들이 겉으로 말하지 않은 다양한 의미를 머금어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아무튼 좋은 시조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한국시조문학』지로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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