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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3-01 02:25
 조회 : 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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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꿈
-용문사 겨울은행
비울 것 다 비워낸 가벼운 몸짓으로
가지 사이 이는 바람
그도 모두 보내놓고
비로소
맑은 하늘 한 장
펼쳐드는
저 선사(禪師)
-序文
신년(乙酉) 벽두, 오는 봄을 어떻게 가늠하나?
하고 눈을 감고 앉았는데 느닷없이 金珉廷 시
인이 찾아와서 원고뭉치를 내밀면서 시집을
내겠으니 서문을 써 달라는 소청이 아닌가.
내가 이런 청탁에서 손을 뗀 지도 오래 됐고,
또 요즘 詩人이라는 사람들이 당선이니 추천
이니 받은 지 사흘만 되어도 '머릿말'이니 '시
인의 말'이니 하여 自序를 부치기가 일쑤인 세
상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그만 둘까
하다가 요즘 세상에서 이 시인만큼 숫된 사람도
드물거니와 이 시인이 白水論을 써서 박사 학위
를 받은 文綠도 있고 해서, 몇 자 서문 아닌 소감
을 얹기로 했다.
기다리던/ 꽃소식에/ 마음이 온통 달아//
찻잔으로/ 가는 손길/ 그도 한참 뜨겁더니//
비로소/ 꽃 한송이가/ 내 안에서 벙근다
ㅡ「기다리는 마음」전문
시란 말 바깥의 말, '言外言'이다. 어떤 事像이거나
어떤 狀況만 보여주면 될 뿐, 증언부언해서는 안 된
다. 시는 하나의 '提示'일 뿐, 그것을 '判讀' 하는 것
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이 시인은 잘 알고 있다.
꽃잎과/ 꽃잎으로 / 바람에 떨리우다가//
불씨 묻은/ 재처럼/ 따뜻한 미련이다가//
파문만/ 사름사름 앉는/ 깨지 못할 꿈이다가
ㅡ「어떤 만남」전문
시를 하는데 있어서 두 번째 요건은 바깥은 서늘
하고, 속은 뜨거워야 한다는 말씀인데, 다시 말해
서 재를 헤집다가 불씨에 손을 데는 듯 놀라움을
만나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불씨 묻은 재처럼 따
뜻한 미련이다가/ 이 중장은 時調人의 警句, 불씨
일시 분명하다.
청산을/ 넘지 못해/ 물소리로/ 우는 강물,//
강물을/ 건너지 못해/ 바람소리/ 우는 저 산//
아득히/ 깊고도 푸른 정/ 한 세월을 삽니다
ㅡ「어라연 계곡」전문
이 작품은 시인 김민정의 絶唱, 그의 시의 絶頂이
다. 시가 여기 와서는 더할 말을 잊는다. 보여주는
景槪에다가, 이기지 못하는 蹉嘆에다가, 들려오는
물소리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장관을 이룬다. 누가
그린 실경산수가 이만하다 할 수 있겠는가? 진실로
의 佳品이다.
아버지가 웃으시며 영동선을 가고 있다/가난도 햇
살인양 눈부시게 받아 입고/ 물푸레 나뭇잎처럼 휘
적 휘적 가고 있다/ 어쩌면 이 한 수 단시조로 아버
지가 걸어온 인생살이 뒷모습을 이렇게도 절실하
게 그려낼 수 있었는가, 어버이의 至情이 染衣처럼
가슴속에 묻어난다.
김민정은 江原道人, 강원도는 山道, 강원도에서 시
초의 達人 한사람 나와주기를 懇求하는 마음에서
두 어 자 蕪辭로 序에 代 한다.
2005년歲首
老白 鄭椀永 志
-시인의 말
적막강산
꽃 피우며
생으로의 긴 긴 여행
천 년을 넘나드는
저 깊은 바람을 뚫고
언제쯤
휘파람 불며
건너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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