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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1-14 09:46
발에다 바퀴를 달고 사는 여자/김수자
 글쓴이 : (사)시진회
조회 : 4,249  
마리아 막달레나. 오늘도 그녀는 집에 없다.

  숨가쁘게 벨이 울리는데 받지 않는 걸 보니, 전화가 혼자서 집을
보나 보다. 나는 그녀를 발에 바퀴를 달고 사는 여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여학교 입학 후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였다.
시골에서 처음 올라온 아이 같다고, 만나느 순간 느끼게 된 것은 그만
큼 그녀가 어수룩해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차츰차츰 사귀어 가면서 우리는 같은 천주교 신자라
는 데에 더 친밀감을 느꼈다. 그녀도 나와 같은 모태 신앙인이었는데
우리 집과는 달리 수녀님도 신부님도 배출시킨 신실한 구교유 집안이
었다. 그런 그녀 덕분에 감히 꿈도 꾸어 보지 못한 수녀원에도 들어가
보고 수녀님들이 봉사하고 계시는 병원에도 가서 병원 식당 밥을 먹
어 보기도 하는 등 별스런 경험을 다해 보았다.

  그 후로 50여 년. 그녀의 믿음 자세는 변함이 없다.

  믿음도 없고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시아버지와, 밑으로 시동생이
줄줄이 있는 어려운 가정에 시집을 가서, 물질적으로 신앙적으로 어
려움이 왜 없었겠는가만 언제나 둥근달 같은 밝은 표정으로 말보다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남편 입교시키고 아이들 유아 세례 받게 하더
니, 근년에 이르러서는 남편은 본당 총회장, 아이들은 복사, 딸들은
주일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온 가족이 성당 일로 똘똘 뭉쳐 열심히
보람있게 사니까 아들딸 모두 자기에게 달라는 사람이 많아 알맞은
배필골라 짝 지워 보내더니, 이제는 자신의 시간이 남는다며 연령회,
레지오 마리애, 거기다 성가대 단장 겸 여성 총구역장까지 맡아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산다.

  그녀가 늘 한 가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안타까워 하던 일은 완고한
시아버님의 영혼 구원, 그런데 그 시아버님이 임조을 앞두고 대세를
청해 받으시고 이제 당신 돌아가시고 나면 제사는 지내지 말고 연도
로 대신하라는 아주 커다란 선물을 주고 가셨다고, 여간 기뻐하는 게
아니었다. 항구 일심 그녀 기도의 응답이리라.

  다시 전화를 건다. 역시 안 받는다. '오늘도 그녀는 성가병원에 가
서 몸이 불편한 환우를 씻기거나 연령회원들과 상가에 가서 연도를
드리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그녀
의 전화였다. 지금 시골에서 올라오는 중이라고,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홀로 계시는 시어머님이 그 넓고 휑한 집에 혼자 계시는 걸 상상하면
안쓰럽고 가슴 아파, 이렇게 내려가 며칠씩 함께 지내다 온다며 여전
히 맑고 웃음 배인 명랑한 목소리다.

  전화를 받고 있는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가슴속에 훈훈
한 기분이 감도는데 기쁨이 차오른다. 참으로 행복한 날이다. 발에 바
퀴를 단 친구여! 오늘도 무사히 바퀴를 열심히 굴려 주게.

- 참 소중한 당신/닮고 싶은 이웃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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