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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2-17 10:41
2005년 3월 샘터시조/정소파,김종렬,이광수
 글쓴이 : 김준
조회 : 1,987  


    <추천시>

    달가람 주명곡(奏鳴曲) / 정소파


    하늘 안은 달빛 깨어져 구슬일레
    물결이 아롱지는 흐름도 영원한데
    밋밋이 담아 내리는 줄기 꿈을 날라 가오네.


    은물결 남실남실 굽 일며 짓는 소리
    속삭여 부서지는 금물결 앓음소리
    아뢰어 저절로 나는 유구할손 세월소리.

    가도 다할 길 없는 겁(劫)을 두고 닫는 강류(江流)
    오는 듯 마는 듯한 걸음도 유연한데
    긴긴 밤 그리는 님이 서성이는 신발소리.

    내 안에 두고 흘러 넘치는 저 강물이
    동당여 떠도는 맘 싣고 가는 끝 모를 길
    울리는 잔 가락 소리에 잠이 드는 달밤이여.


    *이 달의 초대시로 정소파의 <달가람 주명곡>을 추천한다. 이 작품의 특징으로
    는 감각적인 시어와 시어의 오묘한 관계 설정으로 운율의 효과는 물론, 생동
    감이 넘치는 이미지 효과가 날카롭고 섬세하다.

    첫째 수에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구슬을 꿰듯이 꿰어서 강물에 뿌린들 찬란
    한 달빛으로 반사되는 강물은 잔잔한 물 무늬를 일으키면서 끝없이 흘러가는
    데, 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강은 어느새 내 꿈을 물 위에 띄워 보낸다고 노래
    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아름다운 강물의 유구함을 말하면서 그칠줄 모르고 흐르는 저
    강물은 영원히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였다.

    세째 수에서는 오랜 세월을 두고 흐르는 강물은 어쩌면 유연한 걸음걸이로
    내 곁에 사뿐히 다가올 것만 같은 생각에 밤을 지새며 그리워하던 임께서 끄
    는 신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고 표현하였다.

    네째 수에서는 달빛을 싣고 흐르는 저 강물 소리는 끝내 지울수 없는 추억이
    되어 지금은 내 가슴 안에 서려 있는데, 정처없이 흐르고 있는 내 마음은 강
    물 소리로 하여 잠들고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연 / 김종렬


    살얼음 딛고서며 가파른 숨 무게 감아

    얽히고 설킨 타래 바람 끝에 풀어내면

    매화가 숨어사는 섬 보름달로 뜨겠네.



    겨울 아침 / 이광수



    고드름 주렁 달린 처마 밑 어린 추억

    백설은 난무한데 그리움만 얼어붙어

    하늘 끝 꿈속에 있다 깨어나는 겨울 아침.


    <뽑는 글>

    시조를 짓는데 있어서 단순히 3. 4조 또는 4. 4조의 언어 연결식으로 표현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운율의 묘미는
    이러한 언어 조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서와 의미와 이미지의 관계에서 이
    루어지는 운율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조의 본질
    인 형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에 맞는 언어에 대한 수련이 필수적이다.

    시어 선택이나 또한 시가 엄청난 사상의 계시나 심오한 종교가 아닌 이상, 내용
    의 깊이에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거나 잔재주를 부려 성실성이 결여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종렬의 <연>과 이광수의 <겨울 아침>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시조의 형식미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물론, 시어의 선택이나 작품 구성면에서 성실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초장의' ___무게 감아', 중장의' ___풀어내면', 종장의 '___뜨겠네'.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논리성이나 타당성으로 보아 성실성이 돋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규격화와 의도적 인상을 갖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시조 형태의 구조상 초장 중장
    은 '본대로' '들은대로'이고 종장에 와서 '느낀대로'가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볼
    때, 후자의 약점보다는 전자의 장점에 무게를 두고 싶다.

    다만, 지나친 상상력이나 모호한 표현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난해성을 갖기 마련이
    다. 즉 종장의 '매화가 숨어 사는 섬'이나 '보름달로 뜨겠네'에서 '뜨겠네' 표현
    같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광수의 <겨울 아침>은 소재적 측면에서 볼 때 새로운 상징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오로지 '겨울'이라는 소재 하나에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
    다. 그러나 소재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더하지 못한 점이나 중장의 옛스러운 발상
    법은 새롭지 못하고 낡았다는 느낌을 준다. 종장의 '하늘 끝 꿈속에 있다 깨어나는
    겨울 아침'의 참신한 표현에 비하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김 준시조시인.서울여대 명예교수



(사)시진회 05-03-02 00:36
답변  
김 준 박사님 샘터 2월호와 3월호 잘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세심한 배려에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샘터시조는 영상으로 꾸며서  제가 다시 올렸습니다./如心
如心이인자 05-02-17 13:39
답변  
김 준 박사님 안녕하세요? 샘터 2월호 부터 받지를 못해서 올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편안한 시간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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