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2,036
|
 |
3,599 |
 |
5,069 |
 |
3,086,466 |
 |
|
|
|
|
|
|
|
작성일 : 06-02-02 00:24
|
2006년 3월 샘터시조 / 이인자, 윤평수, 성윤진
|
|
 조회 : 2,003
|
<초대시>
봄의 길목
이인자
닿을 수 없는 마음 얼음 강 비춰 보고
푸르게 흐르는 물 귀 열고 들어본다
실눈 뜬 버들강아지 기지개를 펴는 날.
차디찬 흰 꽃 속에 감춰진 그리움이
황토빛 숨결위로 뜨겁게 솟아올라
빛나는 가지 끝마다 벙글어진 봄소식.
이 달의 초대시로 이인자의 <봄의 길목>을 추천한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일년 사계절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투영시켜 표현하였다.
첫째수에서는 겨울이라는 폐쇄적 이미지처럼 닫혀있던 시인의
마음이 봄을 맞아 긴 동면으로부터 비로소 소생하는 버들강아지
실눈 뜨듯 무심 중에 열리고, 얼어붙었던 강물의 얼음장이 풀려
속으로 흐르면서 내는 물소리처럼 시인도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
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열어 바깥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어 둘째수에서는 봄의 위대한 생명력으로 언땅 속에
묻혀있던 씨앗이 발아하듯 마음 속에 감춰두고 싶었던 뭔지 모를
아득한 그리움마저 숨길 수 없이 겉으로 내보일 수 밖에 없는 자신
의 카타르시스와 함께, 이후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접할 것만 같은
예감으로 오는 봄을 희망으로 맞이하고 있다.
<추천시>
낙동강 하구
윤평수
매캐한 공단 매연 해송들의 낮은 포복
하구둑에 갇힌 철새 날갯짓도 풀이 죽고
모래펄 게구멍마다 펄럭이는 적색경보
고향기차
성윤진
하고픈 이야기들 선반 위에 줄을 서고
창가에 매달리는 아직 어린 봄 햇살
길 잃은 마음 골짜기 고향 꽃이 손짓한다.
<뽑는 말>
윤평수의 <낙동강 하구>는 오늘날 문명의 이기인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공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시란 먼저 읽혀져
야 하고 그리고 무엇인가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하
는 것처럼 이 작품은 절실한 현장의 경험과 깊은 사색으로 감각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초장의 '해송들의
낮은 포복', 종장의 '펄럭이는 적색경보'의 표현은 문학적 숙련도를 보
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종장의 첫째구 '모래펄'은
'모래벌'의 잘못 표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성윤진의 <고향기차>는 귀향의 설레임이 정서적 의미의 언어로서 시
적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와 같은 섬세한 언
어 감각은 시에 있어서 내면적인 세계, 즉 사유의 깊이보다는 형식미로
서의 표현기교에 머무는 경향이 많은 경우다. 그러므로 소재 선택에 있
어서도 현실참여의식의 소재선택보다는 일상적인 사물의 소재를 선택
하는경향이 많다. 다만 시상의 전개 양상으로 볼 때 종장의 '길 잃은 마음
골짜기'는 의미상으로는 통할지언정 작품전체의 탄력을 유지하는데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김준 - 시조시인.서울여대 명예교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