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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3-11 00:22
 조회 : 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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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기억력
최 승 학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나무들의 발은 저리고
봄밤의 꿈들이 풀어져
콧등에 침을 바른다.
새들의 노래가
그릇 부딪치는 소리와 버무려져서
막이 오를 때 손뼉소리처럼
생풀 냄새를 차려 놓는다.
겨울이 끌고 가는 치맛자락이 어른거리는
매화(梅花) 가지가지
향 우려내며 두근거린다.
붉디붉은 아침 창을 열고
해를 떠올리는 수평선 출렁거림은
거짓말처럼 식욕을 묻혀 내는데
예전에 떠나보냈던
잎과 꽃과 열매에 대한 기억을
곧추세워 보는 나무들의 발에는
물이 오른다.
빛이 돈다.
맑은 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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