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밥
배 종 애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찾았더니
친구는 새 밥을 지어 대접했다
밥그릇에서는
늦가을 국화 향기 같은
따뜻한 밥김이 피어올랐다
객지로 낯선 별을 따러 떠날 때
내 옷소매를 잡고 눈물 훌쩍이던
우리들 놀이마당은
지친 자동차들이
고개를 떨구고 주차되어 있어도
다 못했던 아쉬운 우리들 대화가
구석구석에 살아 있다.
산모롱이 돌담길
물 긷던 옹달샘
재담 떨던 느티나무들
다 성공해도 소 떼를 몰고 오면 산증인이 되겠다던
다짐 아직 야무지다
이미 고향은 현대식 식당이 즐비한데
굳이 새 밥을 지어 주는 친구의 마음은
아직도 내가 뛰어놀아도 되는
넓은 고향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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