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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3-30 13:49
 조회 : 4,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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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왕산악
거문고 물오르고
봄바람 두근거리는
아득한 속초 해변
갈매기
바위섬 가득
숨죽이는 선율이여.
방파제 길게 뻗어
연인들 깃들이고
유람선 맴을 돌아
삼월 하늘 어지러워
갓새우
우정을 섞어
봄을 흠뻑 마시네.
....................................
영금정 / 김종원
* 영금정 :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 있는 정자 이름.
강원도 속초 앞 바닷가에 영금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거문고를 연주하는 듯한 신묘한 소리를 내는 곳에 속초 유지들이 성금을 모아 비록 시멘트 정자일망정 정자를 짓고 영금정(靈琴亭)이라 이름하였다. 이 정자는 관동 10경에 포함된다.
영금정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 바위섬 하나가 보인다. 갈매기들이 하얗게 모여 앉아 있다. 주로 괭이갈매기들이다. 섬은 온통 그들의 배설물로 하얗다. 하얗게 모여 앉은 갈매기들이 자연이 뜯는 거문고 소리를 숨죽이며 듣고 있는 듯하다.
영금정 옆에는 금강산 여행을 위한 배가 정박하도록 항구 조성차 만든 방파제가 길게 뻗어 있다. 봄바람을 맞으며 연인들이 거닐고 있다. "저들을 아침 8시에 보았는데 지금까지(오후 2시) 그러고 있네요." 보기에 좀 민망할 정도록 껴안는 자세로 걷는 젊은 연인들을 두고 일출을 보기 위해 미리 동해에 왔던 어떤 시인이 말한다.
유람선 속초호는 방파제를 감돌아 내뺀다. 어지럽다. 젊은 연인들의 모습때문인지 유람선 때문인지 봄바람 때문인지...
다정 시인의 강권으로 방파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오늘(03.28)이 주일인데 주(主)님 모시는 날 또 다른 주(酒)님을 모신다고 누군가 말하여 웃음이 터졌다.
펄펄 뛰는 갓새우를 안주 삼아 소줏잔을 기울인다. 새우를 벗겨 고추장을 흠뻑 발라 먹으니 고소한 맛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아유! 징그러워!" 펄펄 살아있는 갓새우의 껍질을 벗겨 먹는 모습들에 질겁하던 여류시인들도 어느 틈에 껍질을 벗기고 있다. 연이어 감탄하는 말, "보기보다 맛이 있네요."
시인들의 우정까지 곁들여 모두들 소주 아닌 봄을 흠뻑 마시고 있었다. 멀리서 영금정의 거문고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오는 듯하다. 아! 다시 가 보고 싶은 속초 앞 바다 영금정의 거문고소리여!
.....<2004. 03. 31(수) 오후 만은 드림>.......
* 김종원(1949 - ) 시인. 호 만은(晩隱). 전북 장수 출생. <시조생활> 신인문학상 당선, <한맥문학>.<문학세계> 시 추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투철한 시를 주로 씀. 시집 <그대 마음밭에 사랑 씨앗 심는 뜻은> 등. 홈페이지 주소 http://kjw.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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