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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2-23 02:01
 조회 : 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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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85] 님을 그리워합니다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소리여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가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고정희의 시 <그대 생각> 전문
무엇을 사무치게 그리워해 본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사람이든 술이든 책이든 풍경이든 그 대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저의 생이 남루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시인은 그리움이 스스로 살을 찢는 아픔이라고 말합니다. 그 그리움의 통증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짐작할 만합니다. 그리워하는 이는 지금 부재중이니까요.
일 곱 줄의 시행 가운데 두 번째 행이 유독 시선을 잡아당기는군요. 왜 하필 열사흘 달빛인지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꽉 찬 보름달이 되기 이틀 전, 달은 완전한 충만을 위해 약간 이지러져 있겠지요. 그것은 ‘너‘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채워지지 않은 공허감 같은 게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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