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눈으로 바뀌어 길이라도 막히면 어떠지? 걱정이 앞서는데 초원에는 밤새 눈서리가 왔는지 어제 보던 초원에 눈덩이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구데기 같기도 한 것이 오물오물 모여 있다. 양이었다.
축사도 없는 초원에서 철조망 때문에 피할 곳이 없어서 양들은 그냥 그 자리에 옹크리고 하나님이 주신 털을 벽과 지붕 삼아 눈비를 맞으며 끼리끼리 붙어 한둔을 한 것이다.
안됐다는 생각이 난다. 우리 인간이 이 자연 앞에 죄를 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맹수가 없는 양들의 낙원 뉴질랜드에 천적(天敵)이 누구란 말인가? 이 노 시인의 마음에 갑자기 시심(詩心)이 감돈다.
보이는 게 초원뿐인데 다툴 일 있겠어요?
내 것이 아닌 몸인데 두려울 일 있겠어요?
맹수가
없는 이 나라엔
인간들이 천적(天敵)이지요.
-양
-일만의 '뉴질랜드 기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