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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07 19:01
 조회 : 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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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에서/ 사오정의 대선배
꼭두 새벽이라야 한다고 서둘러 이산포 수로 낚시터에 왔다.
뒷동산에서 뜸쁙새가 울더니, 지금은 휘파람새가 울고 있다.
제비가 날아 간다. 금년 처음 보는 제비다. 오색 찬란한 물총새가 낮게 물위로 날아간다. 몇 년 전부터 보던 이곳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놈이다.
수초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오늘도 잉어가 알을 낳고 있구나. '작살을 가져왔으면 저 놈을 찍어 내련만-' 하는 끔찍한 생각에 머리를 젓는다.
수초도 제법 자라 물위로70cm 이상 자랐는데, 왜 이리 찌가 점잖을까. 벌써1시간 반이나 지났다.
어제가 어린이날 연휴라 낚시터는 어지럽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떡밥 찌꺼기, 지렁이 통, 나면 봉지들-. 지금 낚시꾼이 나 혼자인 것을 보면 그들도 공쳤나 보다. 이곳 낚시는 아직 이른가?
건너편 시장한 쇠백로도 속절없는 기다림을 버리고 그냥 날아간다.
먹지도 않는 물고기를 재미로 잡는 것이 마음에 찔려 산을 다니기로 했는데, 왜 나는 또 산을 버리고 아침밥도 거른 체 여기 앉아 있는 걸까?
돌아오는 길에 본 노란 무꽃이 키가 참 컸다. 저렇게 꽃들도 모여야 더욱 아름다워 지는 법이렷다. 아파트 놀이터 의자 위엔 등꽃이 주저리주저리 길게 드리워 있었다.
라디오에서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떠들어 대고 있다.
'사오정이 무언지 아십니까? 사 오십 대 정년 퇴직한 사람들이랍니다.' 그렇구나 나는 사오정의 대선배로구나.
내일과 모래는 비가 온다니 오늘처럼 헛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 비가 그친다는 다음 날 석가탄신일에는 산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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