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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03 13:50
 조회 : 4,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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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현리 물 맑은 축령산 실개천에서
눈멀어 잡힌 대사리 두 마리
대사리가 많이 사는 곳엔
반딧불이가 산다는데
반딧불이는 대사리를 숙주(宿主)로 자라
어두운 세상 밝히는 개똥불이 된다는데
을묘년 사월초
백년 가약을 기리고자
지리산 육모정 청정 계곡에서 잡은
정신 번쩍 나는 대사리 일곱 마리
럭키 세븐이니
우리 앞길에 행운이 통째로 굴러들었으면
청정한 일급수에서 사는
일곱 대사리처럼
우리 사랑도 청정 무구했으면
춘향 무덤 앞에서
대사리 일곱 형제를 보며
두 손 모아 얻은
아들딸 두 남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선배 대사리들 꼬드기지만
어둠 밝히는 개똥벌레
숙주가 되려면 이렇게
맑은 물이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대사리 두 마리는
쉽게 눈에 띄어 잡혀서는
기도하듯 조용히 말하였지.
"죽어도 깨끗해서,
죽어도 두 마리라서
외롭지 않아요."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머리 커지자
아들딸은 친구 따라 떠나고
우리 내외는
서로의 눈망울만 쳐다보는
대사리 두 마리가 되었지.
맑은 물에 있다가는
천적에게 잡힐지 모른다지만
우리 몸받은 아들딸이
어둠 밝히는 개똥불이 될 때까지
청정한 일급수에서 노니는
대사리로 남아야지.
서울 흐린 물에서 맑은 물만 고집하는
눈먼 대사리 두 마리.
(1998. 9. 4. 가평 현리 축령산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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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에 있는 산.
산 자락이 가평군에 걸쳐 있음. 해발 8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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