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주말마다 자주 가는 경북지역에 소재한 계곡의 유혹을 뿌리치고 작년에 선물 받은 서울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사용하기 위해 막내 아들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갔다.  아직 16살이라 놀이기구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으니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번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8시에 출발했지만 도착하니 11시가 넘어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를 찾아가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곳곳에 설치한 롯데월드 입장권 판매소에 늘어선 줄을 보고 저 인원이 다 들어가면 놀이장이 다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성인권 두 장이 있으니 아들아이 것만 청소년 자유이용권을 28,000원에 구입을 하고 들어갔는데 예상대로 안은 만원이었다.  아래 스케이트장에서 시원한 바람과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도 아랑곳없이 장내의 열기로 온몸이 땀으로 절기 시작했다.

대구에는 없는 놀이기구를 타게 해주려는 내 성의는 물 건너가기 시작했다.  모든 놀이기구는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겨우 탈 수 있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멍하니 줄서는 자세가 기합 받는다는 자세라고 투덜대는 경상도 남편은 조금도 참지 못하였다.  성인 34,000원 청소년 28,000원으로 도합 우리식구 표 값인 96,000원의 값을 뽑아먹기에는 너무도 힘든 여정이었다.  할 수없이 둘을 앉혀놓고 예매권을 나눠주는 줄에 가서 서 1시간 30분후에 탈 수 있는 정글탐험 보트 입장을 예매하고 다른 곳의 놀이기구를 타려했지만 모두 기다리는 시간이 두 시간이 넘었다.  두 사람은 절대 두 시간을 입장하기 위해 서 있을 수 없다고 난리를 치니 할 수없이 또 예매를 해놓고 민속관을 구경하려했지만 다른 놀이기구 예매한지 두 시간이 넘어야 다른 곳을 예매할 수 있다고 하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다.  모든 놀이기구를 자유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자유이용권은 결국 정글탐험보트 하나 타는 거로 제 소임을 다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에게 자유이용권을 팔고 놀이기구 타는 것은 제한하는 공원 측의 계략에 순진한 국민들은 놀아나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예매한 보트를 탈시간까지 민속관을 잠시 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그곳은 시설을 잘해 놓았고 볼만한 것이 많아 다행이었다.

 

입장객이 1천명만 되도 평균입장료 3만원으로 예상하면 3천만 원의 매상인데 수 천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놀이시설 이용도 몇 못하고 결국 그 안에서 파는 먹거리와 기념품으로 또 다른 매상을 올리고 있었다.  어드벤쳐를 나와서 석촌호수 옆에 자리한 매직아일랜드로 자리를 옮기니 신랑은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그저 좋단다.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줄과 호수만 조금 보고 결국 대구 촌놈 셋은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시내로 방향을 잡고 아이에게 시청 앞 광장, 덕수궁,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동상을 보여주고 무교동의 낙지 집에 옛 생각을 하며 갔지만 그 곳 맛도 예전 같지 않았으니 별로 좋은 하루는 아니었다.  안산 친정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쉬니 세상 무슨 악몽에서 살아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모세의 갈라지는 홍해의 기적보다 더욱 실감나는 제부도를 보고 아이는 신기한 듯 이것저것 질문이 많다.

3일 만의 귀가 길에 아들아이에게 아빠가 소감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기합 받은 롯데월드밖에 생각나는 게 없어요.  최악이에요.’

귀가 길에 금강 휴게소에 들러 강가로 내려갔다.  비가 온 후라 물의 양이 많아 시원한 느낌이 들었고 아이는 몸을 푹 담그면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  보고 있는 기분도 시원했으니 겨우 휴가체면을 조금 세웠다.

시원한 우리 집, 산바람 강바람이 만나는 중간에 위치한 우리 집의 바람은 남편표현대로 귀신바람이 부는 멋진 곳이었다.  그리웠다.  집아!  집안의 바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