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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21 00:08
 조회 : 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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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서 나는 눈물
울어서 나는 눈물 우흐로 솟지 말고
구곡간장에 속으로 흘러들어
님그려 타는 간장을 녹여볼까 하노라
<지은이> 박영수(朴英秀). 신원미상이나 시조 5수가 전한다.
<말 뜻> 우흐로 : 위로.
구곡간장(九曲肝腸) : 꼬불꼬불 길고 긴 창자. 구회간장(九回肝腸) 이라고도 한다.
<감 상> 님 그리며 울어서 나오는 눈물아, 위로 좃지 말고 차라리 슬퍼서 애가 타고 있는
굽이굽이 긴 창자 속으로 스며들어 가서 불타고 있는 그 창자를 녹여 주려무나.
지은이의 소원대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뜻대로 잘되지 않는 것이 인생
이다. 타는 애간장을 녹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로다. 이런 유형의 시조가 하도 많
으니 하는 말이다.
창 밖이 어른어른커늘
창 밖이 어른어른커늘 님만 여겨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널 구름 날 속였구나
마초아 밤일세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하여라
<말 뜻> 어른어른커늘 : 어른어른하거늘. 무엇이 어른거리기에.
님만 여겨 : 님으로만 여겨. 님인 줄로만 생각하고.
으스름 달빛 : 어슴푸레히 약간 흐린 달빛.
널 구름 : 흘러가는 구름. 이른바 행운유수(行雲流水)의 '행운'이라는 것인데
'녀(녜)다>예다'는 '니다'와 함께 '가다, 행하다'의 옛말이다.
마초아 : 마침. 때마침.
밤일세망정 : 밤이었기 망정이지. 밤이 아니고 밝은 대낮이었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는 뜻이 들어 있다.
행여 : 어쩌다가도. 혹시라도.
우일 뻔 : 웃길 뻔. 웃음거리가 될 뻔.
<감 상> 창 밖에서 무엇인가 어른거리기에 님이 찾아온 줄로만 알고 좋아라고 벌떡 일
어나 성큼 뛰어나가 보니, 아뿔싸 기다리던 님은 오지 않고, 으스름 달빛에 흘
러가는 구름이 달을 가렸다 내보냈다 하고 있구나. 마침 어두운 밤이기에 망정
이지 만일 밝은 낮이었더라면 남에게 들켜 웃음거리가 될 뻔하였다.
사랑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은 자연현상에서 님의 환영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런 때에도 체면을 앞세우는 태도가 약간 미온적이기는 하지만, 연모의
정이 해학적으로 잘 표현된 사설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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