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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15 08:28
 조회 : 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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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열 술에 섞어
내 정령 술에 섞어 님의 속에 흘러 들어
구회간장을 다 찾아 다닐망정
날 잊고 남 향한 마음을 다 스로려 하노라
<지은이>
김삼현(金三賢)연대 미상. 조선조 숙종 때에 절충장군(折衝將軍)을 지냈으며, 벼슬을 물
러난 뒤 장인 주의식(朱義植)과 더불어 자연을 벗삼고 산수를 즐기면서 시 짓는 일로 세
월을 보냈다. 시조 6수가 전하는데, 그의 시풍은 낙천적이고 명랑하다.
<말 뜻>
정령(精靈) : 정신과 영혼
구회간장(九回肝腸) : 구곡간장. 꼬불꼬불하고 긴 창자.
스로려 : 쓸어 버리려.
<감 상>
비유의 묘를 얻은 표현이라 하겠다. 지극한 사랑임을 한눈에 느낄 수가 있는 시조이다.
박효관의 " 님 그린 상사몽이 실솔의 넋이 되어 / 초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 와 같은 시상이지만, 그것이 점잖고 담담한 데
비하여 이것은 너무도 철저하고 집요하다. 내 정령이 술에 섞여 님의 뱃속으로 들어가.
구곡간장을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다른 님을 향한 님의 마음을 깨끗이 쓸어 내어 버리겠다
는 것이다.
재치있는 표현으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지은이의 강렬한 독점욕을 노래했다.
눈물이 진주라면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두었다가
십년 후 오신 님을 구슬성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감 상>
만일 내가 흘리는 이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고스란히 모아 두었다가 10년 후에
찾아오신 그리운 님을 구슬성에 앉혀 호강을 시키련만, 눈물이 진주가 아니어서 흔적도
없이 흘러가 버리니, 그것을 슬퍼한다는 것이다.
구슬 같은 눈물이라 했으니 그것을 진주에 비긴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구슬로 성을
쌓아 진주성에 님을 앉히겠다는 착상은 참으로 기발하다. 그야말로 구슬 같은 가작이다.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읊어 보고 싶은 시조다.
눈썹은 수나비 앉은 듯
눈썹은 수나비 앉은 듯 닛바디는 박씨 까 세운 듯
날 보고 당싯 웃는 양은 삼색도화 미개봉이 하룻밤 빗기운에
반만 절로 핀 형상이로다
네 부모 너 삼겨 낼 적에 날만 괴로 삼기도다
<말 뜻>
수나비 : 나방(蛾), 여인의 고운 눈썹을 아미(蛾眉)라 한다.
낫바디 : 이빨의 사투리.
삼색도화 미개봉(三色桃花未開峯) : '삼색도화'는 한 나무에 세 가지 색깔로 핀 희한한
복숭아꽃을 뜻하므로, '삼색도화 미개봉'은 그것이
채 피지 못한 봉오리.
괴라 : 사랑하라. 원형은 '괴다'
삼기도다 : 생겼도다. 만들어 냈도다.
<감 상>
옛사람들의 표현이 솔직하고 소박하면서도 박진력이 있어서, 읽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 억지로 만들지 않는 무작위(無作爲)의 수사(修辭)가 읽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너야말로 절대의 미인이로다. 눈썹은 수나비가 사뿐히 내려 앉은 듯, 금방이라도 날아
올라갈 것만 같구나. 그리고 하이얀 이빨은 박씨를 금방 까서 세워 놓은 듯하고 더욱이 나
를 보고 방싯 웃는 그 모습은, 아리따운 삼색도화의 필듯 말듯한 봉오리가 어제 밤에 내린
빗기운에 반쯤 절로 핀 모습, 바로 그것이로구나! 그런 너는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라고
너의 부모가 너를 낳은 것이니, 나는 천지의 행운아요, 내 가슴은 황홀 속에서 솜방망이질
을 한다. 미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즐거움을 노래했다.
중장이 파격이므로 엇시조, 중형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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