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7-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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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다 나는 마다
나는 마다 나는 마다 금의 옥식 나는 마다
죽어 관에 들 제 금읠르 입으려니 자손의 제 받을 제 옥식을
먹으려니 죽은 후 못할 일은 분벽사창 월삼경에 고운 님
다리고 주야동침하기고다
죽은 후 못할 일이니 살아서 아니하고 뉘우칠까 하노라
<말 뜻> 금의옥식(錦衣玉食) : 비단옷에 이밥이니, 호사스러운 생활의 뜻이 된다.
분벽사창(粉壁紗窓) : 하얗게 회를 바른 벽과 비단 커튼을 친 창이니,
아름답게 꾸민 안방이다.
월삼경(月三更) : 달이 밝은 한밤중.
주야동침(晝夜同寢) : 밤낮으로 미인과 잠자리를 같이함.
<감 상> 모든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비단옷에 기름진 이밥 먹는 호의호식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어서 널 속에 들어갈 때에 비단옷을 입게 될
것이요, 죽어서 자손들의 제사를 받을 때면 누구나 옥식을 먹게 될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내 소원은 무엇이냐. 죽어서 못할 일은 분벽사창에서
한밤에 님을 안고 즐기는 일, 이 일만은 죽어서는 못할 일이니, 살아 있
을 적에 실컷 하지 못하면 죽은 뒤에 후회할 일이 아니겠느냐. 고운 님과
의 정사가 인생 최대의 낙이라는 의미인가 보다.
늙어서 정력에 자신이 없어질수록 그것에 대한 욕구나 불만은 가속적
으로 더해지는 경향이 생기는 데서 이런 시조도 생겨나는 것 같다. 그러나
부질없는 향락 추구의 몸부림으로 몰아붙이기에는, 이것이 가엾은 인간성
의 한 단면이기도 함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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