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3-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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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 12 ㅡ 철새의 비행
지 창 영
석양빛 하늘에 새들이 난다.
날갯짓 부지런한
까아만 점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날개를 이룬 편대비행
먹빛이 감도는 어지러운 땅
저마다 돌개바람 뚫고 솟아올라
의연한 자태로 새들이 난다.
고단한 날개 서로 의지하며
네가 지치면 내가 앞서고
내가 힘들면 또 네가 나서고……
청룡이 쓰러져 누운 산맥 너머
뇌세포 속의 나침반 따라
신화(神話) 속으로 새들이 난다.
불새가 되어, 어둠을 뒤집고
수천만 볼트의 여명이 일어서는 날
웅크렸던 산들이 입김을 내뿜고
풀리는 강물도 꿈틀꿈틀 춤을 추리
주작(朱雀)의 날개를 수놓으며
은밀히 간직된 피안(被岸)의 불을 찾아
너울너울 떼지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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