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회 기본 > 행복한 시 읽기 > 먼 길 / 허소라

한국시조문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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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02 00:20

먼 길 / 허소라

글쓴이 : 如心이인자

조회 : 2,640

먼 길

허 소 라

내 어제의 얼굴을 가지고 가신 당신

구천에서 퍼올리는 아픔으로

작은 불빛을 사루고

꿈도 가다가 끊어지는 먼 길

이제 빈 칼집에

우리의 남은 사랑 채우러

나는 갑니다.

어둠보다 먼저 가려고

어둠 뒤에 숨은 채

이 세상 언약 벗어던지고

짐승 같은 울음도 벗어던지고

눈빛만을 앞세울 때

비로소 전신으로 돋아나는 당신.

오늘에야 적들은 또아리를 풀고

나는 빈 마을에

적들의 이름들로 꽃씨를 뿌리며

달빛보다 먼저 가려고

남은 눈 하나로도

구만 리 먼 길을 절룩이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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