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 앞에 앉는다. 들판에 흩어진 햇살 주워 작은 접시에 담고 내 마음속 오솔길 거니는 뱁새들 웃음소리로 손을 씻고, 하루종일 내 갉아먹은 생명만큼의 먼지를 털어내며 내 소중한 아이들에게 풍성한 하루를 마련한다.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그들의 미래를 등불로 밝히고 꿈속에서도 지친 아내를 보며 그 마음의 평화를 꺼내 자리를 깔고 저녁상 앞에 앉으면 오늘 하루 남에게 고통 준 건 없는지 반성하며,이 목숨 낭비하진 않았나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노라면 어둠은 이미 우리의 세계를 열어 창 밖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내 가진 건 겨우 이밥에 소찬이지만 너희 마음속 믿음이 함께하는 한 우리는 희망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씀바귀 나물을 숟가락에 올려주는 내 마음을 아내가 보고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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