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출항 /김소해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
이 힘찬 파도 앞에
바다가 일어설 때
문득 솟아오른
고향집 큰 감나무
강한 듯
더욱 강한 듯
들리는 아버지 음성
무명베 한 필쯤은
짤 수 있고말고
대퉁소 한 곡이야
신명나게 불 수 있지
아들아
너도 할 수 없으랴
네 손을 기다리는 노(櫓)
▶김소해=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작품집'치자꽃 연가'.
이제 출항이다. '힘찬 파도 앞에 바다가 일어서듯' 출항은 언제나 설레고 가슴 벅차다. 수평선 넘어 잊어서는 안 될 고향이 있고 또 다른 유토피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출항은 분명 '더욱 강하게 들리는 아버지의 음성' 같은 동력 속에 '무명베 한 필쯤 짤 수 있고' '대퉁소 한 곡 신명나게 불 수 있는' 내공이 만선의 꿈을 이룰 원동력으로 우렁찬 기적을 울린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 항해인가. 기필코 해내야 할 항해이었기에 그 노(櫓)를 아들 몫으로 남겨두었다. '아들아 너도 할 수 없으랴'라고.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시조의 항해가 그러하다. 터전을 찾아 뿌리내리고 시조의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한 출항 아니던가. 자, 시조시인이여. 쾌속항진을 위해 함께 힘차게 노 저어 가자.
최연근·시조시인·전 부산KBS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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