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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15 23:55
구름을 따라간 강 이야기
 글쓴이 : 틱낫한
조회 : 3,937  
▶ 구 름 을 따 라 간 강 이 야 기 ◀

여기,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구름을 따라간 강물의 이야기입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 솟아난 작은 시냇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작고 어린 시내는 언젠가 큰 바다에 닿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큰 강물을 따라 흐르다 보면 큰 바다에 닿겠지, 어린 시냇물은 부지런히 산 계곡을 흘러 내려갔습니다.
마침내 평지에 닿았습니다. 큰 강줄기와 합류한 것입니다.
그런데 강이 되고 보니 사정이 전혀 달랐습니다.
평지이다 보니, 작고 어린 시내였을 적 계곡물을 흘러 내려올 때보다 훨씬 더 천천히 흘러야 했습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바다에 닿지 못하겠구나, 강물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안 되다 보니 일상은 늘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재미도 없었고 행복감도 맛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제 몸 위에 비친 구름에 눈길이 갔습니다.여태까지는 구름이라는 것이 있기라도 했었는지 한 번도 의식하지 못하다가 말입니다.
가만히 보니, 모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색깔도 회색, 분홍색, 은색, 흰색 다양했습니다.
아니, 구름이 이렇게 많고 가지각색이었나...
강물은 하루 종일 구름 구경하느라 지루함도 잊었습니다. 마침내, 구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구름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름들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구름에 집착하게 된 것입니다. 구름이 나타나면 너무 좋다가도 사라지면 그렇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구름이 바람을 따라 사라질 땐 그것을 제 몸에 비추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용케 잡았다 싶으면 구름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우기(雨期)가 되어 사나운 바람이 몰려와 구름을 싹 없애버렸습니다.
강물은 너무 슬펐습니다. 이제 가질 구름도, 따라갈 구름도 없었습니다.
'구름도 가버렸으니, 이젠 무엇을 위해 살아간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구름 없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강물은 죽고 싶었지만, 생각해보세요. 강물이 어떻게 자살 할 수 있겠어요?
강물은 밤새 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강물은 문득 자신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울음소리란 바로 강변에 부딪히는 자신의 물결소리였습니다. 강물은 점점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습니다.
강물은 이제까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자기 자신에 대해 통찰할 기회를 가진 겁니다. 그것은 아주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강물은 자신이 곧 구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과 구름의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름도 물 속에 있었습니다. 구름 역시 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강물은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구름을 좇아다닐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바로 구름인 것을.'
그 외로움과 절망의 밤은 강물에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띄워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토록 자신을 외롭게 했던 하늘은 이제 새롭고 아름답고 맑고 푸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푸른 하늘은 강물에게 새로운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물은 깨달았습니다. 하늘은 모든 구름들의 안식처이며 어떠한 구름도 그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름의 본성은 태어난 적도 사라진 적도, 온 적도 간 적도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니 강물은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평온하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강물은 이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여유롭게 안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구름만을 사랑했을 때 자신이 하늘을 비추는 이유는 단지 구름만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열심히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 강물은 사물의 본성을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본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평화롭고 조용한 내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름이 없이 그런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요.
그러나 어느 날 오후 하늘에 드디어 구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강물은 너무 기뻤지만 옛날처럼 구름이 드러남이나 어떤 모양, 색깔 자체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옛날에는 어떤 특정한 모양의 구름만 예뻤는데 지금은 모든 구름들이 다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강물은 지나가는 모든 구름에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것들을 맞아들여 비추었습닏. 이제 강물은 침착화 평온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기쁨을 갖게 되었습니다.
구름이 사라 질 때는 " 잘 가,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하고 인사까지 했습니다. 강물은 구름이 사라져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구름은 비나 눈으로 다시 올 테니까요.
강물은 이제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큰 바다로 나아가고 싶다는 욕구조차 느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아주 큰 보름달이 떠서 강 속 깊숙이까지 비췄습니다. 강물은 달과 함께 한 몸이 되어 명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자유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비탄과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어떤 대상에 집착하면 고통 받습니다 그렇다고 좇을 대상이 없다면 그 역시 고통을 주는 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강물이었다면, 그리고 한때 구름을 좇았다면, 그리하여 슬프고 외로웠다면, 친구의 손을 잡아보세요. 함께 깊은 명상에 잠겨보세요. 그러면 당신이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던 사람은 이미 당신이었고 옆에 있는 당신 친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오래전 당신이 되고자 했든 당신 자신입니다. 왜 다른 어떤 것을 또 찾지요?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 모든 우주가 당신의 존재를 이미 완전하게 하고 있습니다. 천구, 열반, 지고지순의 행복이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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