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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8-15 23:00
선명한 전쟁의 기억과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 (1)/유성호
 글쓴이 : 慈軒 이정자
조회 : 250  

선명한 전쟁의 기억과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

김선주 장편소설 󰡔함성󰡕에 부쳐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1. 새로운 상황과 기억을 다룬 분단문학의 한 좌표

 

김선주 장편 󰡔함성喊聲󰡕(도화, 2022)은 한국전쟁 한복판에서 청춘과 정열을 다 바친 주인공이 그 기억을 변주해가면서 살아온 시간을 담아낸 일종의 전쟁소설이다. 한국문학사에서 고전 반열에 숱하게 오른 갈래가 있다면 아마도 전쟁소설일 것인데, 그 가운데는 전쟁의 참상을 증언한 전장(戰場)소설도 있고, 전쟁이 끝나고 난 뒤의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폐허 양상을 다룬 전후(戰後)소설도 있을 것이다. 김선주 장편 󰡔함성󰡕은 전장의 구체적 상황과 전후의 섬세한 기억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하여 작가의 치밀한 문헌 섭렵과 사실 고증 그리고 독창적인 시선과 필치를 담아낸 전쟁소설의 백미(白眉)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상황과 기억을 다룬 분단문학의 한 좌표로서 우뚝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전쟁은 70년 저편의 시점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얼추 셈해보아도 두 세대가 훌쩍 지나버린, 참으로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어느 정도 흐려졌고 당대 경험을 가진 이들도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의 연배로 들어선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과연 전쟁은 말끔하게 잊혀져버린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 상황에 있고 전쟁의 위협이 가시지 않고 있으니,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라는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을 뿐이 아닌가. 이때 우리가 당대 경험을 다시 한번 예술적으로 조회하고 역사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전쟁의 과거적 충격과 현재적 의미를 동시에 성찰해보는 작업은 꽤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진 급격한 흐름에 따라 한국소설은 자연스러운 내재적 발전 경로를 차단당한 채 형식과 내용에서의 분단도 동시에 경험한 바 있다. 전쟁은 국제 냉전 상황의 틈새에서 발생한 이념전 성격이 강했지만, 우리에게는 동족 살상과 그에 따른 정서적 적의(敵意)와 피해의식을 부여한 채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쟁은 한국인의 심성에 하나의 뚜렷한 상흔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장벽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이 현실을 형상적으로 반영한다는 해묵은 진실을 굳이 떠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문학이 전쟁이라는 체험과 그 영향을 형상화해야 하는 운명을 띠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주의 장편소설은 이러한 흐름에서 피어난 탁월한 미학적 성취인 셈이다. 이제 그 󰡔함성󰡕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2. 전쟁의 속성에 대한 정연하고 꼼꼼한 실증성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아울러 갖춘 복합적 존재이다. 훌륭한 문학은 근원적으로 이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이러한 양면성을 불가피한 존재조건으로 수용한다는 것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전쟁은 이러한 두 축의 모순과 갈등을 가장 선명하고 첨예하게 드러내는 현장이다. 그 저류(底流)에는 예측 가능한 과정도 들어 있지만, 그러한 이성적 판단을 무색케 하는 폭력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점에서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합리성의 덧없음과 그 한계를 절감하게끔 해주는 대표적 양상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합리적으로 논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에 출몰하는 비합리적 욕망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아폴론적 질서와 디오니소스적 혼돈의 상호 얽힘도 전쟁을 불가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선주 소설은 이러한 전쟁의 중층적 속성을 증언하고 그 안에서 펼쳐진 인간 욕망의 구도(構圖)를 설계해가는 가편(佳篇)으로 훤칠하게 다가온다. 모두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의 첫 장 침묵의 바다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사방에서 연달아 발사하는 따발총 소리가 요란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금방이라도 총알이 날아와서 자신의 몸속으로 파고들 것만 같다.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몰려온다.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몸이 순간 공중으로 가볍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천인화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으로 눈을 번쩍 뜬다. 느닷없이 눈은 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뿌연 공간만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그를 깨우던 요란한 총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다. 그는 자리에서 선뜻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동안 숨을 죽이고 누워 있다.

 

원래 소설 도입부는 작품의 경개(景槪)를 암시하는 상징적 축도(縮圖)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느낌이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긴박한 전황(戰況)은 모두 인물의 꿈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주인공 천인화는 수십 년 동안 전쟁을 이렇게 재현하는 악몽을 꾼다. “이제 잊을 때도 되었구먼.” 하는 아내 최정순의 목소리는 무심하게 흐른 세월과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때를 함께 보여준다. 아닌 게 아니라 인화는 한국전쟁에서 유격대원으로 활약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자긍과 기억으로 한세월을 건너왔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바다를 떠도는 혼령들과 함께 헤매고 있다. 안개비만 내리면 그러한 트라우마는 더욱 증폭되는데 그만큼 인화는 바다 앞에 서면 어김없이 피울음을 쏟아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에 시달렸던 것이다. 소설 제목 함성은 그렇게 죽은 이들의 피울음과 함께 온다. 그리운 얼굴들이 고개를 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바다에서 인화는 자신이 왕년에 유격대장을 하던 구월산 호랑이 천 대위임을 새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2갈등과 혼란의 세월부터는 전쟁 당시로 돌아가 인화의 전쟁 체험이 소상하게 서술되고 있다. 서술 세목이 정연하고 꼼꼼한 실증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이 소설은 실록(實錄)의 측면도 견고하게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전쟁 직후부터 휴전 때까지의 흐름을 날짜 단위로 따라가면서 인물들의 행동과 상호관계를 엮어가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원래 인화는 육군정보부 소속 첩보공작 대원이었다. 그는 특수 임무를 띠고 장연과 해주 등 황해도를 무대로 활약했는데, 단신으로 평양에 침투하여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쟁이 나자 부모님 계신 사리원으로 가지 못하고 구월산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피난민 대열 속에서 여동생 설화를 만나 부모님과 막내동생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화는 젊은이들을 모아 구월산 유격부대를 만들고 대위가 되어 반공의 보루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유격대원 가운데는 전통 무예인 태껸을 잘 하는 장쇠돌과 합기도의 명수인 차정호가 있어, 인화는 그들로 하여금 대원들에게 그것을 숙달케끔 하였다. 특별히 전통 무예를 중요한 싸움의 형식으로 택한 것은 작가가 우리 역사의 순연한 맥락으로부터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출하고 보편화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그네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무예맨손과 맨발로 상대방을 가격하여 항복시키는 무술을 대원들에게 가르친다. 이때 구월산 유격부대원들이 내지른 함성이 또한 소설의 시간을 횡단해간다. “대원들의 입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나와서 산속에 울려퍼진 것이다. 그렇게 구월산에서 그들은 언제나 함성을 지르며 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곤했다. 아직은 전쟁 초반이다. 그나마 이성이나 욕망이나 가파르게 균형을 갖추고 있을 때였다.

 

 

3. 전쟁소설을 넘어 빼어난 인간학(人間學)으로

 

김선주 소설은 단순한 반공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가장 심원한 인간과 역사와 평화에 대한 가치론적 도약 과정으로 진전해간다. 5소리 없는 함성을 품은 민초들로부터 그러한 역사적 의미는 더욱 배가된다. 소설은 확전 일로에 있는 시간을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면서, 특별히 수색 중에 골짜기 외딴집에서 만난 인민군 소녀 정순을 기록해간다. 비록 지상에서 벌어지는 무모하고 잔인한 전쟁때문에 전사가 되었지만, 간호기술을 지닌 열다섯 소녀 정순은 인화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정순과 설화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 마음의 동지가 된다. 이제 소설은 유엔 참전과 인천상륙작전, 중공군 개입의 흐름 속에서 인간 본연의 자유와 권리를 찾으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민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l


慈軒 이정자 23-08-15 23:37
 
김선주의 전쟁 장편소설 '함성'을 읽었다. 6.25를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필독의 소설로 권하고 싶다.
한 자리서  어제 오후  약 4시간에 걸쳐 다 읽었다.  암체어에 목까지 기대어 읽었는데 다 읽고 일어서니 목이 굳어 아팠다.  "아휴, 또 무리를 했네."  그만큼 독자를 끄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유성호 평론가의  해설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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