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송 준 면
시커멓게 멍든 기억 불씨를 당겨본다
새끼줄에 꿰 든 연탄 달동네를 오르던
어머님 가슴 바닥에 꺼지지 않는 그 불씨
고향길
조 규 록
뒷동산 돌아돌아 장 마중 가던 길
마을 앞 시냇물에 멱 감고 오던 길
고향길 다시 걸으며 그 옛일을 새기네
뽑는 말_ 마음을 흔들고 가는 것이 바로 시의 씨앗이 됩니다. 그 흔들릴 때의 감정이 순수하고
거짓 없는 아름다움입니다.그런데 시란 시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를 버립니다. 진한 화장을 덕지덕지 하여 보기도 민망하게 만듭니다. 시를 꾸며서 유치찬란
하게 만들지 말고 그저 평소에 쓰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옮겨보십시오. 그런 다음에 살짝만
꽃물 찍듯 시적인 표현을 뿌려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지우고 시의
대상 속으로 들어가 그 마음으로 둔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 더 어렵게 만드네" 하실 겁니다.
하지만 화두가 터질 때까지 끌어안고 익히십시오 복사꽃은 겨울을 지나 터집니다.
송준면 님의 '연탄'과 조규록 님의 '고향길'을 뽑았습니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면 아팠던 기억도
달짝지근하게 됩니다. 시가 가진 묘미와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시의 소재로 많이 쓰죠. 그런데
삼 행 중 한 행 정도는 인생의 철학이 은유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평이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놓치셨군요.
최길하_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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