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으로서의 시조 장르 명칭 소고
신 웅 순
시인 약력
* 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명예교수
* 1985년 시조문학 등단, 1995년 평론등단
* 시조집 『그리움은 먼 길을 돌아』외 평론집, 수필집, 동화집 등 16권
* 학술서 『한국시조창작원리론』, 교양서 『문화유산에 깃든 시조』 등 21권
시조관련 논문 50여편, 『시조예술』1-9호 발행, 금강일보, 주간 문학신문
더 무브지, 월간 서예, 월간 문인화 등에 시조, 서예, 국악 관련 수백 편 연재
* 『시조로 보는 우리문화』에 청소년 교양 도서 선정
『문화유산에 깃든 시조』에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선정 등
2013년 고등인정교과서 국어 하(천재교육)에 논문「시조분류고」일부 실림
1.
시조 명칭은 석북 신광수의「관서악부」(1774년, 영조 50년)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 때는 음악과 문학, 악곡과 창사로서의 시조 명칭이었다.
그러면 시조가 문학상의 장르 명칭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1920년대 후반, 국민문학론의 시조부흥운동으로부터였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국민 문학론은 프로 문학에 대항하여 일어난 민족주의 문학론으로 현대시조에 단초를 제공해준 시조부흥운동이었다.
육당의 논문「조선국민문학으로서의 시조」 (朝鮮文壇 16호, 1926.5)가 그 출발점이다.
음악(악곡)ㆍ문학(창사)로서의 시조명칭, 관서악부(1774)→문학상의 장르 명칭, 조선국 민문학으로서의 시조(1926)
최남선은 이 논문에서 시조가 조선국토, 조선인, 조선심, 조선어, 조선운율을 통하여 표현된 필연적 양식으로 이를 통하여 국민문학의 정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학으로서의 시조, 시로의 시조가 얼만한 가치를 가진 것인가. 시조라는 그룻이 담을 수 잇는 전용량과 나타낼 수 잇는 전국면이 얼마나 되는가.…중략…
소설로, 희곡으로 도모지가 아직 발생기(내지발육기)에 잇다할 것이지,이것이오 하고 내노흘 완성품은 거의 없다할 밧게 업슴이 섭섭한 사실이다. 그중에 오직 한 시에 잇서 서는 형식으로, 내용으로 용법으로, 용도로 상당한 발달과 성립을 가진 일물이 잇스니 이것이 시조이다. 시조가 조선에 잇는 유일한 성립문학임을 생각할 에 시조에 대한 우리의 친애는 일단의 심후(深厚)를 더 함이 잇지아니치못한다
-최남선,「조선 국민 문학으로서의 시조」,
『조선문단 16호』(1926, 5),233,4쪽
그는 근대적인 감각과 제재로 시조라는 낡은 문학 형태를 조선심으로 불씨를 살리려고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육당의 시조집 『백팔번뇌』이다. 이 시조집은 근대 최초의 개인 창작집으로 그는 자서에서 ‘하소연의 연장’이 아니라 ‘사상(思想)의 일용기(一容器)’로 만들고 이 시조의 틀인 『백발번뇌』에서 자신의 ‘조선심’ 사상을 담고자 했다. 이때부터 시조가 시의 형태로 고정되어 불리워지기 시작했고, 국문학 형태로 의식되기 시작했다. 그 현대시조의 선두 주자가 육당의 시조집『백팔번뇌 百八煩惱 1926』이다.
어떠케든지 알른 소리할 구멍을 흐려 하는 이 民衆들은 요새 와서 時調까지도 무슨 하소연의 연장으로 쓸 생각을 하얏습니다.‧‧‧‧‧‧<중략>‧‧‧‧‧‧時調를 한 文字 遊戱의 굴헝에서 건저 내어서 엄숙한 思想의 一容器를 맨들어 보려고 애오라지 애써온 점이나 삷혀 주시면 이는 무로 分外의 榮幸입니다.
-최남선,『백발번뇌』서문에서
『백팔번뇌』는 고시조의 율격을 따랐으나 고시조와는 구별되는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모던한 새로운 형태의 시조였다. 고시조의 종식과 함께, 시조 부흥 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시조집이다. 이 시조집이 과거 고시조와는 현저히 다른, 현대 시조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
설악산 돌을 날라 독립기초 다져놓고
靑草湖 自由水를 嶺너머로 실어 넘겨
민주의 자유 강산을 이뤄 놓고 보리라
- 남궁억의 시조
가만히 오는 비가
락수저서 소리하니,
오마지 안흔이가
일도업시 기다려저,
열릴 듯 다친 문으로
눈이 자조 가더라.
- 최남선의 『백발번뇌,1926』,「혼자앉아서」
전자는 1906년 봄에 쓴, 1906년 7월 21일 사동우 대구여사의 「혈죽가」에 앞서 발표된 작품이다. 육당의 국풍 4수(1907)와 함께 개화 시조의 출발점으로 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후자는 육당의 『백팔번뇌 百八煩惱 1926』의 작품이다.
남궁억의 시조는 고시조와 현대시조의 중간 쯤 되는 개화기의 작품이다. 어투나 이미지 면에서 최남선의 시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음악 장르로서의 ‘시조’는 신광수의 「관서악부,1774」(일명,관서백팔악부)로부터 비롯되었고 문학 장르로서의 ‘시조’는 최남선의 논문 「조선 국민 문학으로서의 시조, 1926」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가람 이병기는 「시조는 혁신하자」(東亞日報, 1932.1.23.∼2.4.까지 연재」에서 여섯 가지 항목으로 제시하고 각 항목마다 고시조와 현대 시조를 비교해가면서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① 실감(實感)·실정(實情)을 찾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用語)의 수삼(數三 : 選擇),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連作)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이다.
이렇게 해서 현대시조가 출발했다.
1774년 음악과 문학상의 장르명칭에서 1926년 문학상으로서의 장르명칭에 이르기까지는 152년이다. 이 시간은 음악ㆍ문학으로서의 존재기간이다. 지금 2022년을 산정하면 시조창이 생겨난 지는 248년이나 된다. 문학으로서의 존재 기간은 고작 96년이다. 문학으로서는 100여년이요 창으로서는 250여년이다.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바로 문학사가 되기 때문이다.
152년 96년
1774년(음악ㆍ문학 명칭) → 1926년(음악명칭) → 2022년
1926년(문학명칭) → 2022년
3.
시조 문학은 음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자유로워 싶어도 3장 6구 12소절을 떠날 수 없다. 음악성인 율격과 문학성인 이미지 때문이다.
현대시조가 문학으로서 존재해오는 동안 시조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단장시조, 양장시조도 생겨났고 혼합시조도 생겨났다. 이는 내용은 차지하고서라도 시조의 형식에서 벗어났다. 단장시조는 한 줄, 양장시조는 2줄, 혼합시조는 여러 줄로 시조라는 명칭도 붙일 수도 없는 짧은 시, 긴 시일뿐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3장 6구 12 소절의 우리만의 고유한 형식인 음악이자 문학 장르이다. 시조의 원형은 단시조이다. 그 시조시에 가락을 얹어 부름으로써 시조는 완성된다. 이는 창에서 짓는 시조로 전환한 1920년대 이후부터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후 하나는 음악 장르요, 하나는 문학 장르로 이어져 왔다.
4.
현대시조는 단시조보다 연시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시조는 창으로는 시연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문학으로서의 현대 시조는 음악성만 남은 채 창이 없는 정형시로서만 존재하고 있다. 「현대시조의 미래」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글이 한문에 영어에 밀리고 시조가 시에 밀리고 셋방살이 하는 모습은 우리 국민 로서 보기가 좋지 않다. 우리가 우리 시조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어느 국가가 우리 시 조를 사랑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 시조가 법적인 문학 장르로 인정을 받았다. 만시지탄이나 천만 다행이다. 여 지껏 문학 장르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우리 국민으로써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시인 시조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시조의 대중화, 시조의 세계 화, 시조의 전문화를 이룰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입버릇처럼 주장 하던 구호였다.
시조 시인들이 연시조도 좋지만 단시조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의 호흡이라 자연스럽고 12개의 돌이라 짧아서 좋다. 깊은 뜻을 담아야하기에 어려운 것이지 초ㆍ중ㆍ종 세 개의 틀에 장마다 4개씩 돌을 배치하면 된다. 12개의 징검다리를 놓아 천변을 건너가면 된다. 형식으로 생각해보면 시조는 쉬운 것이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실 연시조보다 단시조가 짓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예술성 있는 시조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잘 쓰지 않으면 어떠랴. 많은 이들이 쓰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좋은 시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대중성이다.
현대시조가 자꾸만 시로 향해 가고 있다. 창으로 부르라는 말이 아니다. 창으로 부를 수 있는 시조를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성이다. 그래야 정체성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문학 장르인 시조이다. 짓는 시조로 이어져 온 현대 시조가 백여년이 되어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조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대중화, 전문화, 세계화가 가능한 미래에의 시조를 기대할 수가 있다.
미래의 시조= 대중화 전문화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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