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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09 11:48
 조회 :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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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아씨방 피아노소리에
신이 난 포도넝쿨
칠월 장맛비에
살금살금 기어올라
유리창 두드리려
목을 빼어 손 내밀다가
노랑나비 날아올라 화들짝 놀란 가슴
두근거리는 고동소리 귀에 가득 찰 때마다
겸연쩍은 덩굴손은
허공만 거머쥔다
노랑나비 흰나비 쌍쌍이 맴을 돌아
담 위 화분마다 자지러지는 꽃웃음
다알리아 허리 잡고 참나리 입 가리고
능소화 담벼락 붙어 깔깔대는 향긋한 소리
고샅까지 흘러넘쳐 소문난 신길동 이층집
이층 난간 부여잡은
봉선화의 수줍은 연정
홍조 띈 얼굴마다
입맞추는 노랑나비
옥탑방도 안 들인 이층집 옥상은
파 토마토 가지 호박 흐드러진 화분 밭
원추리꽃 굽어 보고
호박꽃도 손 흔들어
칠월 장맛비에 갈길 바쁜 나비의 춤
나를 못 부르면
꽃이 아니지
홀리듯 말하면서
날아오른 나비 한 쌍
웃으면 복이 와요
화답하는 꽃들 속에
철 이른 고추잠자리 자꾸만 맴을 돌아
볼수록 더 어지러운
서울의 꽃과 나비
나비의 춤사위로
아른거리는 고향집 뒤란
봉숭아꽃 물들인 순이 손톱 위에
아련히 떠오르는 보름달은
어머니 얼굴
....................................................................
서울의 꽃과 나비 / 만은 김종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교실을 순회하다 3층에서 내려다본 서울 신길동의 어느 이층집. 담 밖 사철나무가 있어 사철 푸르더니 담밖에 포도와 아주까리를 심어 칠월답게 우거졌다.
온갖 난과 꽃으로 장식한 화분을 담 위, 이층 난간 위, 옥상 위에 놓아 꽃으로 덮인 집이다. 거기다가 담 밖에서부터 자란 포도넝쿨이 이층 방 유리창을 넘겨다보면서 막 옥상으로 오르려 하고 있다.
옥상에는 호박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파 화분, 토마토 화분, 가지 화분이 화분 밭을 이루고 있다. 이층 난간을 부여잡은 봉선화는 수줍어서 마냥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나비를 불러들이지 못하면 꽃도 아니야!"하고 노랑나비, 흰나비 쌍쌍이 뇌까리고 지나가자,
"웃으면 복이 와요"하며 다투어 핀 꽃들이 일제히 화답하는 것같다. 웃음소리가 질펀하게 고샅까지 흘러넘친다.
서울에도 이런 집이 있다니…….
보는 이웃들까지 흐뭇하게 하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 서울에 살아도 시골 고향에 사는 것처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노랑나비가 날아간 하늘로 온갖 화초 피던 고향집 뒤란이 아른거리고, 이층 난간 가득 놓여 흐드러지게 핀 빨강 봉선화 탓인가. 봉선화 꽃물을 어린 누이 손톱에 곱게 들여 주시던 젊은 날의 어머니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2004. 07. 09(금) 아침 만은 드림>......
* 만은 김종원 문학서재 : http://kjw.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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