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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08 13:23
 조회 : 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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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은 사람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오다가, 남을 40여 년 가르치다 보니 '공부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있더라.
'못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뜻에 가깝고, '안 한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음을 말하는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없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들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나의 말을 남이 어떻게 들을까, 나의 행동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다음은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들이다.
건강을 위해 이른 새벽 매일 뒷산에 올라가서 목청껏 '야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산기슭에 살면서 새벽마다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세상에서 우리 나라처럼 산에 올라가 고함을 지르는 나라 사람들은 드물다.
깊은 산에 올라가 신나게 '야호!'를 외치고 싶을 때는, 그 산 속에서 사람을 두려워하며 겁으로 살고 있는 작은 짐승들의 스트레스를 생각해 볼 일이다. 동물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의 산에 사람보다 더 크고 무서운 맹수가 있는가.
이른 아침 동네 산에 오르다 보면 나무에다 등치기, 배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정자에 등치기를 하여 정자가 흔들-흔들- 하는 것을 볼 때, 저렇게 나무와 정자를 괴롭혀서 찾은 건강은 도대체 무엇에 쓰고 싶은가를 묻고 싶어진다.
선진국에 가면 가이드가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길에서, 차속에서, 식당에서 남의 몸을 툭툭 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런데 우리들은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예의에 어긋난가를 전연 모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예의를 말하는 현지 교포가이드들은 고국 동포를 기다렸다는 듯이 뜯어먹고 살고 있다.
여학생들이 여럿이서 손을 잡고 가로로 길을 막고 깔깔거리며 가고 있어 뒤에 가는 사람이 당황할 때가 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그것이 잘못인 줄을 까맣게 모르기 때문이다.
공공 장소에 휴지를 버리고, 음료수 병이나 종이컵을 버리는 사람은 교양을 의심 받을 정도로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다. 어린 자식들 앞에서 오물을 버리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오물을 보고 줍지도 않으면서 버리는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탓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욕을 하면서 줍는 사람은 주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탓하려면 버린 것을 주워야 하고, 주우려면 욕을 하지 말고 주워야 하는 법이다.
산에 오르다 보면 '등산로에 귤껍질을 버리지 마세요'라는 표지가 있다. 이를 어기는 사람 중에는 과일 껍질은 썪거나 짐승이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과일 껍질을 먹을 짐승이 없거나, 있다 해도 짐승들은 귤껍질을 안 먹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주의할 것 중에 하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큰소리나 잔소리를 삼가야 하는 것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불책선(子不責善)이니 책선즉리(責善則離)하고 리즉불상(離則不祥)이 막대언(莫大焉)이니라" 자식을 꾸짖는 것은 옳지 않으니, 꾸짖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그것보다 상서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내 자식도 그러할진데 하물며 남의 자식에서야-.
어른의 재미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잔소리하는 재미, 큰 소리 치는 재미.
그 중에
가장 큰 재미가
용서하는 재미지요.
용서는 훌륭한 행위다. 그러니 자기 자식 같이 남의 자식들의 어긋난 행위도 이해하거나 용서하고 살 일이다. 우리들의 부모가 훌륭한 것은 자식이 용서를 빌 때, 언제나 몇 번이고 용서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 아니다.
2년 전에 서울 시내 어느 실업고등학교에 시간제 교사로 두어 달 근무하러 갔을 때 일이다.
옛날의 직원실은 교재 연구를 하거나, 동료간에 환담을 나누거나, 학생들과 상담할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적막강산이었다. PC방처럼 모니터를 보고 자판 두드리는 소리뿐이다.
교무실은 인터넷 PC방, 아니면 적막강산
스승 위엄 어디가고 교실은 수면실인가
선생이
필요한 것은
굴욕과 인내뿐이더라.
요즈음 우리의 정치에서도 서열이 무시된 세계니, 우리들은 장유유서(長幼有序)가 필요 없는, 오륜(五倫)이 무너진 불행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선진국이 서방예의지국(西方禮儀之國)이었다.
뉴질랜드에는 이런 풍습이 있다. 여럿이 함께 가다가 문을 열었을 때는 나가거나 들어갈 때까지 문을 연 사람이 문을 잡고 있는 것이다. 짐승들 것이라고 밤, 도토리도 줍지를 않는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가난하다가 돈을 벌면, 몬테크르스토 백작이 되는 졸부가 많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자기에게 섭섭하게 대해 준 형제들, 친지, 친구들에게 프랑스 뒤마의 장편소설의 주인공 몬테크리스토백작(에드몽 당테스)이 되어 앙갚음을 하거나 괴롭히고 다니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이런 사회에서는 그런 부자가 새로 태어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란 후회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장소를 막론하고 언제나 화제로 등장하는 것이 자기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못마땅할 뿐인사람이다.
이런 부류가 가족 중에, 상사 중에 있어 그른 가치관으로 우리를 간섭하고 산다면 얼마나 괴롭던가.
그러나, 이런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 열 명에게서도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참 진리를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몸으로 가르쳐 주는 고마운 사람이니 몇 사람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자고로 욕과 술은 적게 먹을수록 좋고, 연설과 여자 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하니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는 이제 고만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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