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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14 12:56
 조회 : 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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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낚시꾼
-물고기 방생과 남 주기
네 다섯 번이나 낚시터에 가서 참붕어 얼굴 한 번 못 보며 허탕치다가 오늘도 설마- 하고 낚시를 가고 있었다. 우리 동네 가까이 일산 신도시 서쪽 이산포 수로로 가는 길이다.
두 번째 배수로 다리를 막 앞두고 가다 보니, 유난히 붉은 볓을 가진 찬란한 색깔의 수퀑 한 마리가 갈아 논 논에서 의기 양양하게 사방을 두리 번 거리고 가고 있는데-, 그 바로 옆에 암퀑 한 마리가 따라 간다.
그 모습이 하도 멋있어 차를 조용히 멈추고 보고 있는데, 암퀑은 한 마리가 아니다. 또 한 마리, 또또 한 마리가 뒤를 따르고 있다. 나도 저런 수퀑의 신세가 되었으면 하는 부러움을 안고 그 행복한 나들이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 곁을 조용히 떠나 주었다. 사랑을 방해하면 지옥도 못 간다 하지 않던가.
낚시터에 도착하고 보니 시장한 새들이 낮게 물위를 오가는 이른 새벽 6시 전이었다. 그새 수초도 알맞게 자랐고, 물도 그런 대로 맑고, 건너 편에 낚시꾼도 세 명이나 앉아 있다. 이 자리는 작년 봄에 월척을 2 수나 하고, 제작 년에는 참붕어 110 수를 한 자리다.
떡밥에 물을 적당히 붓고 비벼 놓고, 몇 번이고 낚시를 던져 찌의 붉은 끝이 수면 위에 약간 나오게 찌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것다. 그리곤 처음 몇 번 떡밥을 검지 손톱 만한 크기로 하여 같은 자리에 몇 번 던져 놓고, 준비해간 보온병에서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마시는 거다. 절대 눈을 찌에서 떼지 말고.
그러면 쑤욱- 찌가 오를 것이다. 그때 낚싯대를 당기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 다음은 콩알만큼 떡밥을 달아 던져 놓는다. 이런 정석대로라면 낚는 확률이 100%다.
그런데-. 7시가 지나도 소식이 없다. 일 주일 전에 왔을 때, 수초에 알을 낳느라 나를 흥분시키던 그 큰 잉어란 놈들도 기척이 없다.
오늘도 뒷동산에는 뜸북새가 울다가 이어 휘파람새가 울고 있다. 아카시아 핀 초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아침이었다.
나보다 더 먼저 왔던 건너편 사람도 자리를 바꾸거나, 서서 서성인다. 담배를 계속 피고 있던 사람은 벌써 낚시를 거두고 있다.
그때다. 화-ㄱ 낚시 초리가 흔들린다. '왔다-.' 손끝에 전해 오는 흔들림, 계속되는 손맛.
이 맛에 아침도 굶고 매일 동터오는 새벽, 낚시를 나서는 거다.
나는 강 건너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까 수퀑처럼 의기 양양하였다. 이럴 때는 손맛을 느긋이 보아야 하는 건데, 놈이 수초를 향하는 바람에 서둘러 잡아 어망에 담갔다. 길이 20cm 정도가 약간 넘는 것이다.
그냥 갈까 하던 마음이 싹 가시었다. 다시 또 한 시간이 가까워 질 무렵에 아내 전화를 받는 순간 또 '왔-따.'
남들이 잡지 못할 때 나 혼자 잡고 있거나, 남들이 보는 앞에서 큰 고기를 낚는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것도 '한 마리도 못 잡는 고기를 뭐 하러 새벽부터냐'고 놀려대는 아내의 전화를 받는 중에-.
고기가 어망에서 뛰노는 것은 어떠한 음악보다 더 즐겁고 흡족한 소리였다.
세 번째 놈을 기다리는 사이, 건너편에 내 나이 또래의 할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손자를 대리고 와서 파라솔을 두 개나 펴고 낚시를 하고 있다. 멀리서지만 여인이 젊어 보이는 것을 보니 아내 같지는 않고, 아마도 며칠 전이 어버이날이라 딸이 아버지 모시고 아들과 함께 온 모양이다.
세 마리를 잡다 보니 부르릉- 차 소리가 난다. 나보다 먼저 온 낚시꾼들이 낚시를 거두고 가는 모양이다. 내일은 일찍 나와야겠다. 저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뺏기기 전에.
나도 낚시를 거둬야지. 아까 암놈 세 마리를 데리고 으시대며 가던 수퀑처럼 나도 그런 대로 씨알이 굵은 참붕어 세 마리는 잡았으니까.
아내는 불교 신자라. 낚시 떠날 때마다 방생해 주라고 성화였으니 살려 주고 가려고 하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사위와 낚시를 이곳에 와서 잡은 고기를 집에 가지고 간 것은 외손녀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 다음에 방생해 주던 생각이 났다. 지금부터 낚시가 안 될 시간인데-. 저 할아버지는 앞으로 한 마리 못 잡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저 손자에게 고기 잡아 주기로 약속하고 왔을 터인데-.
아내 말대로라면 물론 방생해 주어야 마땅하고, 지금 나의 생각에는 저 할아버지에게 주고 싶다. .
여기까지 읽어 주신 고마운 독자에게 1, 2, 3으로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단순한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낚시꾼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니까요.
할아버지에게 주면 가져갈 사람이라 할 경우에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고견을 -.
1. 방생해 준다. 2. 할아버지 가족에게 준다. 3. 기타. 4. 왜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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