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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7-02 13:59
 조회 : 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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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htm (12.2K) [0] DATE : 2007-07-02 13:59:59 |
[꾼] 시조시인 서태수씨 '형식은 취했으되 체면은 시궁창에'
발칙한 시어로 현대적 실험
자연과 벗하는 59세 '청춘' 교사
발칙하다. 점잖은 시조에 등장하는 시어들이 얄궂다. '현관문 빼꼼 열면 세콤이 미융~미융''로또나 사서 견생(犬生)역전 꿈을 꿀까'. 그래도 이건 '양반'이다. 대놓고 'S라인 쭉쭉빵빵 삼삼한 섹시족들'이라고 초장을 시작하기도 했으니.본디 시조의 형식은 취했으되 품위나 체면은 시궁창에 죄다 쳐 박아넣어 버렸다. 노랑머리 물들이고,귀걸이도 했음직한 파격 시조의 주인공은 어라?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다. 그것도 환갑이 내일 모레인 서태수(59) 선생.
자연과 어울려 사는 시조시인 서태수씨. 이재찬기자 chan@
왜 이런 시조를 썼을까? "세상살이가 너무 무겁고 엄숙해서 골치 아파하는 독자들을 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상혼(?)"이라 고백한다.
좀 더 들어보자. 니체식으로 이야기하면 '시조는 죽었다'. "갇혔기 때문"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조선 후기 시조가 국민문학으로 뜰 수 있었던 것도 엇시조나 사설시조 같은 변주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고답적인 틀에 갇힌 요즘 시조는 리듬을 상실한 현대인의 입맛엔 맞지 않아요. 그런데도 50년 넘게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형식과 내용의 틀을 벗어난 시조는 두세 편에 불과할 정도로 시조는 변하지 않았죠." 고리타분한 시조라는 그릇에 파격적인 음식을 담아 내놓는 이유,이젠 짐작이 갈 테다.
10년째 낙동강 언저리(부산 강서구 강동동 덕계마을)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그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생물들과의 알콩달콩한 전쟁(?)을 시조로 풀었다. 압력밭솥 손잡이서 튀어나와 '마누라' 를 혼절케 한 지네에게 쓴 '네 이놈,토충' 8수,13살 난 할머니 강아지 예삐가 주인공인 '애완견 사설' 20수,천장에서 운동회를 벌이는 쥐에게 보낸 '서생원님전 상서' 10수…. 모기 반딧불이 개미 개구리 뱀 같은 것들이 뒤따를 참이다. 그의 시조는 거의 '체험,삶의 현장'이요,'동물 농장'수준이다. 작년 여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내년에 시조집을 낼 작정이다.
'서생원님전 상서'는 가당찮다.
쥐띠에다 자시(子時)에 태어났고,성씨마저 서생원(鼠生員)과 종친인 시인과 쥐의 인연은 억만겁은 쌓여 만들어졌을 터.
나무껍질을 다닥다닥 붙인 무늬만 통나무집에 쥐들이 세들어 살면서 쥐와의 전쟁은 시작됐다. 시작은 악연이다.
'네놈들, 날 밝으면 3족을 멸할테다/ 쥐 죽은 듯 고요하단 말 오죽해서 생겼겠냐만/ 천장에 바스락대며 날밤을 새게 하다니!'('서생원님전 상서 1') '네놈들 방바닥이 천장인 줄 몰랐더냐/ 무슨 놈의 경기인지 밤새껏 시합이냐/ 내 새낀 몇 두름이며 팀(team)은 또 몇 개더냐'('서생원님전 상서 2')
쥐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톰과 제리' 쥐약이 동원되고,고양이 유전자를 쥐에게 이식시키겠다는 허무맹랑한 협박도 가해졌다. 주인의 권리를 내세워 세입자인 쥐를 압박하기도 했다. '내 집서 나가라면 찍소리 못할 놈들/ 계약서가 있길 하나,확정신고를 알길 하냐/ 국회가 아무리 미쳐도 쥐 보호법 안 만들터'('서생원님전 상서 5')
허나,미워하면서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애증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을. 쥐 잡으려 설치한 벼락틀에 잡힌 어미 쥐. 쥐구멍에는 새끼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웬수라지만 새끼는 다 아픈법…쥐약을 먹여야 하나,어미젖을 물려야 하나.'('서생원님전 상서 7') 연민의 정이 새록새록 솟는다. 전쟁의 결말은 휴전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제각각 본성대로 전원 넓게 터를 잡고/가까운 이웃이 되어 멀찌감치 보며 살자.'(서생원님전 상서 10)
풍자와 해학으로 똘똘 뭉친 그의 시조는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 배꼽 잡고 떼굴떼굴 구르게 하다가도 진한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도록 정교하게 장치돼 있다. 언뜻언뜻 인간사 세상사도 드러난다.
파격적이되 경박하지 않은 그의 시조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7. 04.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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